사회

새마을운동 기념일이 없는 대한민국

여동활 2009. 4. 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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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기념일이 없는 대한민국
새마을 고향으로 돌아간 ‘선구자’ 이의근의 부음을 접하며…
대한민국 ‘새마을운동’은 브리태니커사전에 고유어로 등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1996년 프랑스 대입 논술시험문제에까지 출제될 정도로 이미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에 새마을운동의 탄생과 업적을 기리는 기념일은 없는 것일까.
2009-04-22
▲고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 ⓒ 경북도청

새마을운동이 태어난 날 들려온 부음

4월 22일은 39년 전(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제창한 날이다. 새마을운동이 태어난 22일, 각 언론은 새마을운동에 헌신해온 한 공직자의 부음을 전했다.
‘이의근(李義根ㆍ71)씨. 21일 오전 11시40분 지병으로 별세.’

경북도지사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역임한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내무부 새마을 기획계장, 청와대 비서실의 새마을 담당 행정관으로 재직하며 농촌의 환경개선과 소득증대를 물론 자조ㆍ자립ㆍ협동의 정신혁명에 이르기까지 새마을운동 전반의 실무에 열정을 쏟았다.

내무부 시절 그는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가 새마을이었던 까닭에 계장인 나에게 지워진 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며 “매달 있었던 대통령 보고 준비로 한 달의 절반 이상을 여관방에서 보내야 했다”고 말하고,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가까이 보좌하게 되어서는 “수시로 헬기를 타고 다니며 보고서를 올려야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2005년 8월 22일 매일신문 / Forever 새마을)

새마을 지킴이 이의근

그는 1995년 7월 초대 민선 경북도지사로 당선돼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3선을 거치며 12년 동안 경북도정을 이끌었다.
그가 무엇보다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정권이 바뀐 후 80년대부터 가시밭길 속에서 퇴조일로를 걷던 새마을운동을 살려낸 사실이다.

70년대 한국 사회를 풍미했던 새마을 열풍은 80년대부터 굴곡을 겪으면서 열기가 급속히 식어 존폐의 기로에 서야 했다. 5공 정권 때는 새마을운동을 사회정화운동에 흡수통합 시키려 해 그가 새마을 동지들과 함께 반대운동에 적극 나섰고, 김대중 정권은 전국 관공서에 걸려 있던 새마을 깃발을 내리고 새마을 관련 부서를 없앴으나, 경북도청 옥상의 새마을 깃발만은 여전히 펄럭이고 새마을운동 관련 업무도 지속되었다.
사라질 뻔했던 새마을운동을 살려낸 것이 새마을 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선 이의근 경북도지사의 뚝심과 열정 때문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의가 없다.
지금까지 경상북도가 베트남, 몽골 등 해외에 새마을운동을 전수하며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이의근 도지사 시절부터의 적극적인 해외 교류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그런 공로로 지난해 5월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직을 맡은 것이 그의 마지막 봉사였던 것.

새마을운동 기념일이 없는 대한민국


▲1976년 7월 수원 새마을지도자연수원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점심 시간에 연수생들과 담화를 나누는 모습. ⓒ 국가기록원

새마을운동은 정부 수립 이후 우리 국민이 성취한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 바 있다. (정부수립 50주년기념 조선일보ㆍ한국갤럽 공동 여론조사),
이러한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을 이끈 주요 인맥으로는 김준(새마을지도자연수원장), 박진환(청와대 새마을 담당 특보), 그리고 내무부 새마을 담당관 출신으로 장관 또는 도지사를 지낸 손수익, 김수학, 고건, 손재식, 이의근씨 등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교(敎)’의 교조라면 이들은 사도(使徒)인 셈.

이의근씨는 새마을의 발상지인 경북 청도군 출신이다. 그러고 보면 21일 별세한 이의근씨는 새마을 선구자답게 새마을운동이 제창된 4월 22일 시점에 맞추기라도 하듯 새마을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4월 22일은 새마을운동이 탄생한 날이다.
박 대통령은 1969년 여름 영남지방의 수해지역을 시찰하러 가던 도중,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1리 마을 사람들이 자조와 협동으로 환경개선과 소득증대 사업으로 잘 사는 농촌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일이 있다. 그래서 이듬해인 1970년 4월 22일 지방장관회의에서 농민들의 자조ㆍ자립ㆍ협동 정신을 일깨워 우리 농촌이 청도 신도마을처럼 되도록 새마을 가꾸기를 제창한 것이 새마을운동의 효시가 되어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바꾸어 놓았던 것. 

대한민국 ‘새마을운동’은 브리태니커사전에 고유어로 등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1996년 프랑스 대입 논술시험문제에까지 출제될 정도로 이미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에 새마을운동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 없을까.
우리는 새마을운동의 탄생과 업적을 기리는 기념일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도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

[좋아하는 사람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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