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정희대통령의 위대한결단 ,,(돈 대신 무기를달라 !!)

여동활 2010. 2. 23. 21:39
-->
우리 공군이 만약 F-4 팬텀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홍희범

▲2009년 현재 운용중인 F-4D 팬텀. 공군 제공 사진

1969년, 우리나라는 F-4D 팬텀2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팬텀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의 공군력은 명실공히 업그레이드되었고, 일단 F-4계열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 뒤로도 F-4D의 추가 도입은 물론 개량형인 F-4E형의 도입까지 이어지면서 1980년대 초반까지 말 그대로 ‘일본도 그리 부럽지 않은’ 전투기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팬텀의 도입은 우리 공군의 시야를 크게 넓히는데 기여했다- 팬텀의 등장으로 우리 공군은 대지공격의 범위와 화력을 비약적으로 넓힐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장거리 레이더를 갖춘 BVR전투기’를 일찍부터 운용하면서 당시 우리 국력에 비해 한 발 앞선 항공전 개념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 때 들어온 기체가 팬텀이 아니라 다른 기체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팬텀은 1969년 시점에서 우리 공군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최강의 전투기였다. 공군 제공 사진

물론 역사에는 ‘만약’은 없다. 하지만 1960년대 중~후반에 우리나라에 팬텀이 아니라 다른 기체가 들어왔을 가능성은 예상외로 높다.
애당초 팬텀은 미군이 다른 나라에 쉽게 넘겨주고 싶은 무기가 아니었고, 넘겨준다 치면 이스라엘이나 일본, 영국같은 최고 우방국들에 한정된 이야기였다(그러던 것이 대표적인 미국제 수출 전투기가 되었으니…). 게다가 제 돈 주고 신품을 수입하는 것도 아닌 사실상 원조를 받는 입장이면 더더욱 그렇다.

아시아로 보자면 당시 가장 중요한 미국의 우방으로 여겨지던 대만과 일본은 모두 F-104로 무장하고 있었다. 팬텀은 상당히 공세적인 무기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그 때문에 원래부터 방공전투기로 계획된 F-104가 낫다고 여겨진 것이다. 물론 대만과 일본은 1960년대 초반부터 도입을 한 입장이니 팬텀을 살래야 살 수 없던 시기라는 이유도 감안해야겠지만, 대만같은 경우 결국 단 한 대의 팬텀도 도입하지 못했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역설적으로 팬텀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성능의 기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국은 제1공화국 시절부터 우리나라에 공격적 성격의 무기를 주는 것을 꺼려왔다.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론’부터 시작해 군사정권으로 시작된 박정희 대통령의 제3 공화국 정권까지, 미국이 보기에는 우리나라는 능력과 여건이 되면 당장 ‘북진통일’을 하려 달려들 나라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F-4D를, 그것도 핵폭탄 장착 능력 빼고는 전부 제 성능대로 준 것은 그만큼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반증이지만, 그래도 안되겠다고 F-4D가 아닌 다른 기체를 줬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사실 이런 저런 자료를 보면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F-4D 이외의 다른 기체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보인다. 비록 출처가 확실하지 않고, 또 언론들이 군사 지식이 없다보니 정확히 어떤 기체가 제안됐는지 분명하지 않기는 하지만 다른 기체들이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 만큼은 맞을 것 같다.

1) F-104

아마 가장 확률이 높은 기체는 F-104일 것 같다. 사실 당시에 F-104는 NATO국가 대부분, 대만, 일본이 보유한 대표적인 해외 수출용 기체였는데다 상당히 방어적인 성격의 기체였고 크기도 비교적 작았기 때문이다. 또 대만같은 경우는 성공적으로 방공 임무를 수행했으니 미국으로서는 ‘욕심 부리지 말고 F-104나 써~’라고 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F-104가 들어왔다면 우리 공군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서독 공군 같은(보유 기체의 30%를 잃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서독 공군의 F-104G. 조종사가 멀쩡하게 착륙할 확률과 낙하산으로 탈출해 걸어 들어올 확률이 비슷하다는 농담도 있었지만, 전체 보유댓수의 약 30%가 사고로 상실됐으니 그냥 농담으로만 치부하기는 좀...

아무리 우리 공군 정비사들이 실력 좋고 열심히 일한다 해도, F-104는 근본적으로 속도를 중시한 고고도 방공 전투기다. 저공 비행성능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고, 실제로 서독 공군이 많은 숫자를 잃은 이유도 저공비행이 필요한 공격기 역할까지 겸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 공군 역시 지상공격 능력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그냥 방공만 하고 있기에는 북한 지상군이 우리 전선에 가할 압박이 너무 크니 말이다. 그렇다면 좋든 싫든 F-104를 이용한 각종 저공 비행및 지상공격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다른 곳도 아닌 우리나라의 산악 지형에서라면 F-104의 저공 비행이 어떤 사고로 연결됐을까?

이런 이유도 있고, 또 F-104자체가 70년대부터 빠르게 구식화된 기체라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F-4D는 미국 자신도 1992년까지 운용한 기체지만 F-104는 미군에서 70년대에 전부 퇴역했고, 미국 밖에서도 이탈리아와 대만을 제외한 운용국 거의 대부분이 80년대가 되기 무섭게 무더기로 퇴역시켰다. 사실 F-4계열이 당시의 전투기 치고는 지나치게 걸출한 것이지, 1950년대에 개발된 전투기들만 해도 운용 예상시간이 짧은 일종의 ‘소모품’같은 개념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어쨌든 F-104의 수명이 짧았던 것은 사실이다.

대만처럼 고성능 전투기 도입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나라조차 죽어라고 F-104를 90년대에 다 퇴역시킨 것을 보면 아마 우리 공군의 F-104역시 잘 해야 90년대 중반을 못 넘기고 다 퇴역했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가 대만처럼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무기를 도입하는데 제약이 많은 입장도 아닌 것을 감안하면 아마 90년대가 되기도 전에 대부분이 퇴역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90년대 후반까지 F-104계열을 썼지만, 대만도 쓰고 싶어서 계속 쓴 것이 아니고 미국 역시 주고 싶어서 계속 준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미국은 노후기체 보충을 위해 자위대나 NATO등의 퇴역기체까지 대만에 제공했다

물론 F-104도 1969년의 시점에서 없는 것 보다는 우리 공군에 백배 나은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방공능력에서는 당시 우리 공군의 F-5A나 F-86D, F-86F에 비해 분명히 나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F-4와 F-104중 양자택일을 하라면 아무래도 F-4가 낫다- 게다가 F-104운용국들 중 몇몇 나라들은 결국 F-104가 퇴역하기 전에 F-4계열도 일찌감치 도입한 사례(스페인, 일본, 독일)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나중에 F-4계열을 또 도입했을지도 모른다.

즉 1969년에 F-104가 도입됐다면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F-4D가 들어온 실제 상황보다 아무리 잘 봐줘도 나을 것은 없고, 잘못하면 애꿎은 조종사들만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만약 미국이 F-104를 주겠다고 제안했다면, 그것을 거절한 당시 정권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F-102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일부 자료에는 미국이 F-102를 당시에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빙성이 그리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미국이 실제로 터키에 비슷한 시기에 50대를 원조했기 때문이다.

F-102는 미국 본토방공용으로 만들어지고 사용된(물론 해외 기지에도 방공용으로 배치됐지만) 기체였다. 따라서 이론상으로 보면 방공용 기체로는 최강이지만, 이게 과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체냐 하면 그야말로 천만의 말씀이다. 차라리 F-104를 받는 편이 백배천배 낫다. 미국 자신도 주방위군 용도로조차 1976년에 모든 F-102가 퇴역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F-102는 F-104보다 더 지독하게 요격전용, 그것도 폭격기 요격용으로 만들어진 기체다. 따라서 속도는 빠르지만 기동성이 잘 나올지는 의문이고, 실제로 터키 공군의 F-102가 그리스 공군의 F-5A에게 격추된 일도 있다. 베트남에도 미 공군에 의해 파견이 되기는 했지만 공중전 실적은 없다- 소문에 의하면 한 대가 미그21에 격추됐다고 하지만, 적어도 격추한 적기가 없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이걸 받느니 차라리 F-104를 받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를 F-102. 베트남에서 미그기를 단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격추당하기만 했다는 소문까지 있다. 적어도 F-104는 미그21 상대로 무시 못할 전과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즉 북한 공군과 실제로 전투기끼리 공중전을 벌일 상황이 되면 열세에 놓일 가능성도 충분하지만(기관포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기체가 지상공격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제한적인 대지공격을 실시한 일은 있으나 그 실적은 신통찮다. 대지공격 무장이래봐야 로켓 정도인데, 이래서는 팬텀은 커녕 F-104처럼 운용되기도 힘들다. 1960~70년대의 우리 공군은 요격 전문기 따로, 지상공격 전문기 따로 운용할 만큼 여유있는 공군이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문제다.

유지보수에도 애로사항이 말 그대로 화려하게 꽃필 것이다. F-102는 F-4계열처럼 많은 나라가 쓰는 기체도 아니었고 미국 자신도 조기퇴역시킨 기체이니 말이다. 특히 무장인 팰컨 미사일은 미국 자신의 평가조차 매우 야박한 물건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F-102의 도입 역시 얼마간 우리 공군을 꽤 애먹이다가 결국 팬텀으로 대체됐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우리가 정말 이것을 받아들였다면 박정희 정권이 내린 최악의 군사적 결정중 하나가 되겠지만, 일단 제안이 이뤄졌는지도 불분명한데다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설령 제안이 이뤄졌다 해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지극히 다행이다.

3) F-106

F-106이 제안되었다는 소문도 있는데(사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사실 F-106역시 F-102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기체다.

▲F-106은 우수한 전투기이지만 우리가 운용하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F-106은 원래 ‘컴퓨터와 데이터링크에 의한 원격조종, 그리고 미사일에 너무 기대가 강한 시대’에 맞는 기체였다. 놀랍게도 이 기체는 지상으로부터의 원격 조종과 컴퓨터 통제에 의해 적기를 향해 날아가고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회피하는, 거의 무인 전투기나 다름없는 성격의 기체였다(F-102도 기본 개념은 비슷). 조종사는 말 그대로 이착륙과 돌발상황 대비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

정말 발상 자체는 시대를 몇십년 앞서간 것이지만 현실은 아직 진공관이 쓰이던 1950년대 기술인 만큼 F-106의 유지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다. 유지 비용도 비쌌고, 정비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 필요했다. 특히 MA-1 화기관제장치는 운용 기간중 무려 60차례나 개량이 요구될 지경이었다. 이미 이 단계에서 우리 정비사들이 F-106을 손봐야 했다면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랐을 것 같다.

▲F-106의 화기관제 시스템인 MA-1의 구성품을 기체 밖으로 꺼낸 모습. 무려 200개의 블랙박스, 즉 현지 운용부대가 마음대로 뜯어볼 수 없는 블록들로 구성된 MA-1의 정비는 미 공군에서조차 정비사들을 애먹인 부분이었다

그래도 F-106은 F-102에 비하면 좀 낫다. 기동성이 예상외로 좋았고, 전투기와의 격투전 능력도 상당히 높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은 이 기체를 베트남에 투입해 미그기와 싸우게 할 것까지 진지하게 검토됐지만, 결국 실현되지는 않았다.

또 1969년부터이기는 하지만 기관포(벌컨)도 탑재되기 시작했으므로 북한 전투기를 상대로 한 격투전도 충분히 가능했고, 실제로 1968년의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에는 미 공군의 F-106비행대가 우리나라에 잠시 주둔했던 일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지공격능력의 결여는 심각한 문제이고, 무엇보다도 외국에 수출이나 원조된 사례가 없다. 사실 F-106이 정말 우리나라에 팬텀 대신 제안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지만, 만약 받았다 해도 우리 공군에는 만만찮은 마이너스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준다고 무조건 받아도 되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