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에버랜드 전신이 자연농원이었던 이유는?

여동활 2010. 2. 8. 22:13

에버랜드 전신이 자연농원이었던 이유는?
<그리운 나라, 박정희 - 이병철 스토리>
2010-02-07 김인만 작가
▲1969년 12월 1일 수출의날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이 이병철 회장에게 훈장을 달아주고 있다. ⓒ 국가기록원

박정희 ‘농촌 지원’ 당부…이병철 ´자연농원 조성´ 요구
정치인과 기업인의 현실적 안목과 미래의 통찰력이 만들어내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골프 마니아였다. 안양에 골프장을 만든 것이 1967년.
안양골프장을 개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불쑥 박정희 대통령이 내려왔다.
두 사람은 처음 골프를 함께 쳤다.

이어 이 회장이 대접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골프장의 조경이 아주 좋다면서 농촌을 살리고 싶으니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자연농원을 조성키로 하고 경기도 용인의 야산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곳이 산림청 소유로 돼 있어 산림청에다 의사를 전달하니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사정을 해도 완강했다.

하는 수 없이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던 김종필 국무총리를 찾아가 “그 땅을 매입해야 하는데 산림청이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어 골치가 아픕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김 총리가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지라 산림청장을 불렀다.
“그곳이 잡목만 무성한 야산인데 산림청이 관리해 봐도 가치가 없을 테니 매각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안됩니다.”
산림청장은 단호했다.


▲1994년 11월 2일 중국 리펑(李鵬) 총리 부인이(오른쪽에서 세번째) 용인 자연농원의 ‘자이언트 팬더월드’ 개관식에서 개관 테이프를 당기고 있다. ⓒ e영상역사관

대통령의 국토 보전과 산림녹화 의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산림청장이기에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사유지로 함부로 변경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김 총리가 “다른 곳에 그만한 가치의 대토(代土)를 국토로 제공받으면 될 게 아닌가”라는 아이디어를 내자, 그제서야 비로소 산림청장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용인에 삼성그룹의 자연농원(지금의 삼성에버랜드)이 조성될 수 있었다.

이후 영동고속도로를 처음 뚫었을 때 이병철 회장 측은 건설부에 용인 인터체인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건설부장관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예산도 없거니와 자연농원 장사를 위해 국가예산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닦을 때 박 대통령이 한밤중에 현대 정주영 회장을 불러 외국의 인터체인지 도면을 보여주면서 “이게 1억이 들어갔는데 우리는 이렇게 바꾸어 보면 6,7천에 안될까?”라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설부장관인 것이다.

건설부장관은 용인 인터체인지 사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잘 했소. 기다려 봅시다”했다.
그후 삼성은 자기네 돈으로 인터체인지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건설부에 전달했고, 보고를 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껄껄 웃으며 좋아했다. 속된 말로 ‘돈이 굳었다’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가 끝나고 90년대 초.
영동고속도로는 통행량 증가로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용지 매입의 번거로움이 없이 거침없이 길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를 보고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현충일(1991년 6월) 연휴에 신갈에서 새말 사이의 영동고속도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옆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그 땅을 언제 사두었는지 아십니까. 박 대통령 때 20년 앞을 내다보고 미리 마련한 겁니다. 얼마전 완공된 판교~구리간 도로는 땅값이 공사비의 80%였다면서요. 정책은 항상 앞을 내다보고 펴나가야 합니다.”

용인자연농원은 1976년 국내 최초의 대규모 가족농원으로 문을 열어 양돈, 과실 시범단지를 조성했지만  96년 삼성에버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고부터는 도시인들이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락시설로 자리잡았다.

글렌로스라는 퍼블릭 골프코스까지 갖추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농촌 살리는 시범단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인들만 남아 활력을 잃은 농촌에 삼성에버랜드가 희망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정신이 아니고는…. ◎

[좋아하는 사람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