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건설) 재원은 무엇으로 하나.”(박정희 대통령·사진)
“자동차가 늘고 있으니 유류세와 자동차세로 충당하겠습니다.”(주원 건설부 장관)
“그렇지, 그럼 대전까지 할 게 아니라 아예 부산까지 그으시오.”
196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경부고속도로 종착점은 이렇게 결정됐다. 국토해양부가 17일 발간한 ‘국책사업 갈등사례 분석 및 시사점’이란 백서에 담긴 대목이다. 당시 건설부는 이듬해 2월 1일 서울~부산 간(428㎞) 공사를 착공했고 70년 7월 7일 준공했다.
한국 산업화의 동맥이 된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쏟아부은 열정은 백서에 소개돼 있다.
당시 건설부 공무원으로 경부고속도로의 설계와 재원 조달작업에 참여했던 김의원 전 국토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공사 기간 중 청와대 비서관들을 매달 공사 현장에 보냈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사 감독관(반장) 450여 명에게 가사에 보태 쓰라며 2만원씩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당시엔 쌀 7가마니를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고속도로 구간이 정해지는 과정도 나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구간을 정한 뒤 도지사들을 불러 모았다. 이어 “○월 ○○일까지 용지를 매입하라. 땅을 매수하지 못하면 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건설기간 내내 “당장은 돈이 없으니 선 개통, 후 보완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건설부 공무원들을 설득했던 내용도 나와 있다. 당시 공사비는 650억원. 박 전 대통령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으로부터 외채를 끌어오 는 등 공사비 마련에 애를 태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