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김영기 부소장
우리나라가 처음하는 건설, 완공땐 전세계서 몰려올 것
- ▲ /이태경기자 ecaro@chosun.com
중이온가속기는 대전 대덕에 들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시설이다. 원자 자체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지상에 없는 동위원소(기존 원소에 비해 핵의 중성자 수만 다른 원소)들을 만들어내 물리학은 물론이고 의학과 신소재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영기(49·사진)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부소장은 19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에서 계획 중인 것을 합해 5~6개의 중이온가속기가 있는데 한국의 중이온가속기가 만들 수 있는 희귀 동위원소의 양이나 종류에서 월등하다"며 "완공되면 전 세계에서 연구자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1990년 페르미연구소에서 물질의 근본 입자 중 하나인 톱쿼크 발견에 참여했으며, 2006년 페르미연구소 부소장 자리에 올랐다. 미국 과학 전문지 '디스커버'는 지난 2000년 '향후 20년간 세계 과학 발전을 주도할 과학자 20명'의 한 사람으로 김 부소장을 선정하면서 '충돌의 여왕'이란 별명을 붙였다.
김 부소장은 중이온가속기의 개념 설계가 미국 설계를 표절했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 기술은 산업과 달리 경쟁자끼리도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페르미연구소의 차세대 입자가속기 프로젝트X의 개념 설계도 홈페이지에 공개해 다른 나라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X의 초전도체(저항이 0에 가까운 물질) 개념을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에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미국 에너지부(DOE) 장관과 이와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중이온가속기나 기초과학연구원 책임자 제의가 온다면 어떡하겠느냐'고 묻자 "처음엔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쁠 것이고, 그다음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19~21일 기초기술연구회와 고등과학원 간담회에 참석해 한·미(韓·美) 연구 협력과 중이온가속기 활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