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영기 美 페르미연구소 부소장 /연합뉴스
“과학벨트 기초과학연 원장은 ’사람’ 다룰 수 있어야”
美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세계적 ’가속기 권위자’ 방한
“표절이 몰래 베끼는 것을 말한다면, 가속기 개념설계 자체는 표절의 대상이 아니다”방한 중인 세계적 물리학자이자 ’가속기 권위자’ 김영기 美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은 19일 간담회에서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표절 논란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단순한 개념설계 자체가 과학적 연구 업적이라고 보기 어려운데다, 일반적으로 세계 과학계에서 가속기 설계를 서로 공유하며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외국 사례를 참고했을 경우 ’출처’ 명기 여부에 대해서도 “이미 사람들이 거의 커뮤니티에서 (어떤 설계가 어느 가속기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구태여 그런 것을 달지 않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 부소장은 최근 페르미연구소가 개념설계를 마친 초전도체 사용 차세대 가속기, 일명 ’프로젝트 X’의 경우도 설계를 중국과 인도 등과 공유하며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과학벨트에 들어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KoRIA)가 검출 가능한 동위원소 종류나 양 등의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지난 2월 완료된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장으로는 어떤 인물이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김 부소장은 “비전도 있고 과학도 알아야겠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과학자, 기술자는 물론 정치권, 대중과도 서로 얘기가 통하고 (연구원에서)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잘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장직 제안을 가정하고 수락 여부를 묻자 “제안을 받으면 크게 기뻐하겠지만 고민을 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페르미연구소의 최근 실험 성과와 관련해서는 “4월 이후 데이터를 더 많이 넣어 분석하고 있는데, 4월 당시보다 3배 정도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여름께 발표될 것”이라며 “기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델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발견되면 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페르미 연구소는 지난 4월 “자연계에 존재하는 새로운 입자, 또는 기존 물리학이 발견하지 못한 ’제5의 힘’의 증거로 추정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발표, 현재 세계 과학계가 이에 대한 추가 실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김 부소장은 “페르미연구소와 한국이 지난 1970년대부터 입자물리학 실험 분야에서 협력해왔다”며 이같은 협력 관계가 지난주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미국 에너지부 장관 사이에 체결된 에너지·핵물리학 등 기초과학 분야 시행약정을 통해 더욱 굳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기 부소장은 1962년 경북 경산군 하양읍 과수원집 넷째 딸로 태어나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박사,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포스닥(박사 후 연구) 과정을 마쳤다.
지난 2004년 페르미연구소의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실험(CDF) 그룹’ 공동대표로 선임됐고, 이후 부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특히 세계적 가속기 권위자로서, 유럽입자가속기연구소(CERN) 강입자가속기(LHC) 위원(2002~2004년), 미국 스탠퍼드대 선형가속기센터(SLAC) 과학정책위원(2004년),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 로드맵검토위원(2008년) 등을 역임했고 현재 일본 양성자가속기연구소(JPARC)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