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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조용한 일요일의 새벽을 틈타 북한 인민군이 38선을 넘어 남침을 개시했다.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의 발발! 소련제 T-34 탱크와 155mm 중포를 앞세우고 물밀듯이 쳐들어오는 적에게 우리 군의 숱한 젊은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T-34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소련군에서는 ‘모스크바의 수호신’으로 불렸다. 6.25전쟁 당시 단 한 대의 전차도 보유하지 못한 한국군은 조국의 산하를 짓밟는 인민군의 탱크를 향해 수류탄을 안고 맨몸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것이다.
휴전협정이 체결되었고 구국의 일념으로 산화한 저 ‘육탄용사’들의 희생을 상기하며, 우리는 폐허가 된 국토 재건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편으론 자주국방의 기치를 드높이 세웠다. 더 이상은, 어떤 이유로도 이 땅이 무력에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모진 각오로….
6.25전쟁 이후로 북한군 전차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닌 전차의 보유는 우리 육군의 숙원이었다. 1976년 초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에게 ‘국산 전차 개발’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것을 계기로 현대중공업이 미제 M-48A1 전차 개량사업에 착수했고, 이후 현대로템(당시 현대정공)이 1987년 7월부터 K-1 전차(88전차)를 본격 생산하게 된다. 이어 1996년 미국과 기술협력을 통해 120mm 활강포를 장착하고 특수장갑을 채용한 K-1A1 전차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K-1A1 전차 개발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독자모델의 전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현대로템은 독일의 레오파드, 프랑스의 르끌레르, 미국의 에이브람스 전차와 동급 또는 그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K-2 전차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에게도 전차만 있었다면…’ 하고 아쉬워했던 60년 전의 뼈저린 염원에서 출발, 이제 우리나라는 마침내 순수 국내 기술로 세계 최강의 전차 양산을 앞두고 있다. 2008년 7월말 현대로템은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와 지형이 비슷하고 K-9 자주포를 수출한 경험이 있는 터키와 K-2 전차 개발 기술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의 전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흘렸던 ADD와 현대로템 연구원들의 땀이 밴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기에 감격이 더했다.
21세기 네트워크 전장환경을 반영한 신개념 전차
K-2 전차는 21세기 네트워크 전장환경에서 전차와 전차 간 전장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장포신과 신형탄 적용으로 화력이 획기적으로 증대되었다. 특히 K-1A1 전차의 주포보다 1.3m 가량 더 긴 120mm 55구경장 주포는 기존의 K-1 계열 전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120mm 55구경장 주포는 강력한 인상과 함께 가공할 만한 위력을 자랑한다.북한의 최신형 전차인 폭풍호, 천마호 전차는 물론 미·일·중·러 및 유럽의 어떤 전차도 관통할 수 있고, 다목적 고폭탄 (HEAT-MP)으로 공중에서 전차를 위협하는 공격용 헬리콥터를 직접 쏘아 맞출 수 있다. 탄약도 자동으로 장전되어 전차 승무원이 종전 K-1 계열 전차의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또한 K-2 전차는 55t의 육중한 몸을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는 뛰어난 기동성을 갖추고 있다. 과거 전차들에 비해 산악지형에서 10Km 이상 야지주행능력이 향상되었으며, 전차 높낮이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방어력에서도 기존의 K-1 전차와 차원을 달리한다. K-2 전차의 전면에 장착된 모듈식 장갑은 전세계 현존하는 전차에서 발사된 어떤 전차포탄에도 전차 승무원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차후에 개발될 장갑 모듈의 교환 및 장착이 용이하다. 포탑의 일부 방어력이 취약한 부분에는 한국형 반응장갑을 장착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K-2 전차는 현존하는 전세계 전차 가운데 최상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미사일 및 레이저 경보장치와 유도교란 통제장치, 복합연막탄 발사장치 등을 갖춰 날아오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교란해 빗나가게 할 수 있다. 오는 2011년까지는 대전차 미사일은 물론 RPG-7 대전차 로켓을 쏘아 맞춰 파괴하는 능동 방어 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K-2 전차 개발과 함께 터키와 맺은 약 3억8천 달러 규모의 전차 기술 수출로 현대로템은 디펜스뉴스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K-2 전차가 양산체제 돌입과 함께 우리 군의 주력 전차로 배치되기까지에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전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 냉각장치)에 결함이 발견돼 양산 돌입 문전에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파워팩 엔진은 소형이면서도 완전 전자화된 최첨단 디젤엔진으로 현대로템이 아닌 국내 타 방산업체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터키 수출용 흑표전차의 계약에는 파워팩이 포함이 안 돼 있어서 수출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엔진국산화를 앞당기는 차원에서 방위사업청이 개술개발을 의뢰해 ADD와 엔진개발 해당업체가 올 9월까지 개선을 완료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K-2전차에 들어가는 파워팩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시험평가 중에 있다. 2010년 2월말까지 원인분석 결과에 따라 조치 방안을 확정하고 일부 부품 설계보완을 통해 부품을 제작하여 성능 확인시험을 거쳐 올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10개월간 파워팩에 대한 통합시험평가를 할 계획”이라고 관련 입장을 밝혔다.
육군 전력의 핵심,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자국형 전차를 개발해 수출까지 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메르카바 전차의 경우 전차 기술과 개발에 있어서는 선도적인 위치에 있지만 너무 이스라엘에 특화되어 있어 단 한대도 수출되지 못했다. 반면 K-2 전차의 경우 한반도의 전장환경과 글로벌 스탠더드가 결합되어 세계 최강 전차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아직 브랜드 이미지는 선진국 전차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1950년 6.25전쟁으로 월드비전의 긴급구호를 받게 된 우리나라가 이제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구호 수혜국에서 지원국이 되어 세계의 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듯 그 시절엔 전차 한 대 없었던 우리였지만 머잖아 명실공히 세계 최강 전차국의 위상을 지닐 날을 기대해 본다. 우리의 자랑 K-2 전차가 육군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범정부적인 방위산업진흥정책과 국민들의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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