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감사할 줄 아는 나라

여동활 2010. 3. 10. 20:43

감사할 줄 아는 나라
美 참전용사, 평화봉사단 “한국이 보람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
2010-03-06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방한한 영연방(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4개국 참전용사들. 2007년 4월 17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을 흔들어 환영하고 있다. ⓒ e영상역사관

“한국에 감사하고 있다는 말을 꼭 써주세요.”
취재현장에서 미국인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했던 미 평화봉사단원(Peace Corps)들과 6.25 참전용사들을 만날 때다.

지난 2월 13일 설을 맞아 열린 북버지니아 한인회 모임에서도 그랬다. 떡국을 나눠 먹고 ‘훈민정음 티셔츠’를 선물받은 평화봉사단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것을 고마워했다. 70년대 경북대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척 하비(Hobbie)씨는 “100여 국가에 평화봉사단원이 파견됐지만, 은혜를 잊지 않고 초청해서 대접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텍사스주의 댈러스시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회’ 정기총회장에서 비슷한 말을 들었다. 당시 한 참전용사는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구해준 프랑스로부터는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고 했다. 우리가 고마움을 표해야 할 이들에게서 오히려 한국에 대해 “고맙다”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인 교민사회와 한국 기업, 정부의 활동이 결실을 거두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의 교민 사회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전용사와 평화봉사단원들을 위한 ‘보은(報恩)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참전용사 정기총회가 열렸을 때는 댈러스시 인근의 교포들이 3일 내내 자원봉사를 했다. 6.25 전쟁 휴전일에 성조기가 조기(弔旗)게양되는 데 기여한 한나 김(Kim)은 ‘한국전쟁 유산(Legacy of Korean War)’ 재단을 발족시켰다.

현대ㆍ삼성ㆍLG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활약은 이들이 헌신했던 한국에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한국이 잘 살아줘서 고맙고, 보람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 배경에는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삼성과 LG가 2006년부터 주미(駐美) 대사관을 통해 6.25 참전용사들에게 배포한 2000대의 휴대폰은 큰 화제가 됐었다.

정부는 올해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한국으로 초청하는 참전용사를 1000명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에 이어 평화봉사단을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확대 개최된다.

이런 활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미 정부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국이 ‘감사할 줄 아는 나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것과 맞물릴 때 적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가 개최하는 한국관련 세미나에서는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처음으로 원조를 주는 국가가 된 것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조 도노반(Donovan) 국무부 동아태 수석차관보는 지난 2일 미 평화연구소(USIP) 세미나에서 이를 언급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우리가 미국인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기회가 많아질 때 갈등은 줄어들고 외교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나라’로 새겨진다면 그보다 더 의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기자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에서 보고, 느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