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스크랩] 영부인과 소록도의 빨간사과 ...

여동활 2009. 8. 28. 09:23

대한민국에 안티가 없는 역대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과 육영수 여사라고 한다.

 

단아했던 육영수 여사의 한복 입은 기품과 소탈함, 인자함, 끊임없는

쇠외계층에 대한 사랑과 활동은 어려운 시절 대단한 국민적 위안이었다.

육영수 여사의 사진을 볼 때면 박근혜 총재가 오버랩핑 되곤 한다.

 

필자도 여지껏 살면서 육영수 여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부드러움 속에 질곡의 역사를 짊어졌던 지혜롭고 강인했던, 그리고 희생적이었던 한국여성을 생각하게 된다.

 

근현세사의 격동기 속에 질긴 가난과 모진 시련을 이겨낸 한국여성의 저력은 지금 우리나라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우먼이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재능 많은 한국여인들이 세계 예술계의 주름잡고 있고, 세계 골프를 장악해버린 한국여인의

저력은 육영수 여사와 같이 그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낸 저력과 희생정신이 토대가 되었다.

 

교만하고 계산적인 서구여성과 다르게 희생적이고 겸손하며 강인했던 외유내강의 한국여성.....

질곡의 역사와 찢어지는 가난속에서도 자식에대한 열정과 희생으로 세계 최고의 교육강국의 근원을 만들어냈고,

자신은 굶어도 자식은 먹이고, 연필과 노트를 사서 학교를 보냈던 희생과 강인함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보배라 할 것이다.

 

국민가수 하춘화가 자전적 에세이 “아버지의 선물”을 출간하면서 육영수 여사에

대하여 “육영수 여사가 살아계실 때 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많이 열었는데, 전화를

하셔서 ‘하양, 나 좀 도와줘’라고 하시는 목소리가 너무 인자하셨다”라고 회상하고 있다.

 

살아생전 육영수 여사는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많은 활동을 하셨다.

특히 당시 가장 천대를 받았던 한센병 환자(나환자)에 대하여 유난히 애정을 가지셨고, 육영수 여사는

한센병이 가장심한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에 많은 애정을 가지시고 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였다.

 

첫 번째 소록도를 방문한 육영수여사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물집이 터지고

고름이나오는 나환자들과 직접 악수를 나누기도 하고 그들을 씻기고 돌보기도 했다.

 

한센병 환자와 직접 악수를 나누고 위로하고 청와대로 돌아와 대통령께 이야기

하였더니 박 대통령이 그 손을 잡으며, 이 아름답고 귀한손을 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직도 소록도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천대하고 거부하던 이들과

악수를 하고 씻기고 나환자 전문 병원을 지어준 육영수 여사라 한다.

어느 고관 부인이 남긴 글인듯 싶어 올려 보았다.

 

영부인의 빨간 사과

1970년도 저물어 가는 12월 어느 날… 높으신 서방님들 출근 행차를 마친 고관 마나님들께서

라면 몇 봉지 사 들고 사진기자 대동해서 고아원, 양로원 달려가 서방님 명함 걸고 사진 몇 장 박은 후,

오후엔 크리스마스 쇼핑이나 가자고 미장원을 향해 막 현관문 을 나서는데 전화 벨이 발목을 잡았다.

 

 

이른 아침부터 어느 년이 또 수다를 떨자고 전화질을 한 모양이라고

발길을 돌리는데 수화기를 건네 주는 가정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모님, 청와대 영부인님이래요” 아이구, 그럼 얼른 받아야지.

“네, 사모님. 아니 영부인님…!”

“어때요. 생각이 계신 분들은 오늘 저하고 소록도 나환자촌에 가지 않으실래요?”

“그, 그럼요. 그러잖아도 그런 곳에서 소외 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하나 해야지 하고 생각하던 참인걸요”

 

시간이 있고 없고가 어디 있나. 영부인 가시는데라면 어디고 따라

붙어야 그게 내조라. “좋아요, 그럼 11시까지 들어오실 수 있겠죠?

 

다른 사람들도 그때 오기로 했으니까요”

으음, 다른 년들도 꼽사리 끼는 모양이구 나…

그렇담 더더욱 빠질 수 없고 오늘 가서 영부인 앞에서 멸사봉공하여 남들보다 더욱튀어 보자…!

 

그런데, 불문곡직 동행하겠다고 덜컥 약속을 하고 보니 행선지가 소록도란다.

아니 그럼, 그 썩어 문드러진 나병환자들을 찾아가 목욕시키고 밥해주고 뒤 닦아주란 얘 기 아냐…?

눈앞이 캄캄한 거 있지? 불현듯 옆에 웃고 서 있는 가정부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 괜히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엌일 끝났어요? 왜 그러고 서 있어?”

 

아, 오늘은 죽었다!

그렇게 도살장에 끌려 가는 ♡♡♡들처럼 마지못해 소록도로 향하는 마나님들의

행렬이 자못 비장했는데 정작 영부인께선 기분이 그 렇게 화창할 수가 없어 보였다.

 

“다 오셨어요?”

미소를 머금고 버스 안을 휘둘러 살피던 영부인의 양미간이 갑자기 좁혀졌고 그게 곧바 로 차에

타고 있던 여러 마나님들 뇌리에 휠 이 되어 전달됐는데, 영부인께서 차갑게 고개 를 돌리며 외쳤다.

 

“출발하세요!”

왜이신가, 어째서 갑자기 심기가 뒤틀리신 건가… 리더이신 영부인께서 입을 봉하고 계시니 버스 안은 한동안

무거운 침묵으로 짓눌렸는데, 어느 입심 좋고 넉살 좋은 여편네 한 분이 사이다를 한 컵 따라 영부인 자리로 다 가갔다.

 

“여사님, 한잔 드시죠”

그런데 컵을 받아든 영부인께서 넉살 좋은 여편네 손가락의 반지를 보며 일침을 갈기셨다.

“그 반지, 꽤 비싸 보이는데 무슨 보석이죠? 난 그런 건 아직 한 번도 안 끼어 봐 서…”

순간, 그 입심 좋고 엔간해선 물러서지 않는 여편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유구무언이 된 입심의 대명사께서 휘청휘청 자기 자리로 돌아오자 영부인께서 혼잣말처럼 얘기했다.

“정말 너무들 하시는군요. 지금 가는 곳이 어디에요? 어렵게 사는 나환자들 봉사하자고 가는 사람들 복장이 그게 뭡니까?

 

어디 패션쇼장에 옷자랑들 하러 가세요?”

문득 차 안을 둘러 보니 영부인만 빼고 하나 같이 고급 모피 외투에 유명

디자이너의 코트 들을 걸치고 립스틱 짙게 발라 머리를 올리고 앉아 있다.

 

게다가 손가락마다 영롱한 다이아, 비취 반지에 목걸이, 귀걸이… 스스로들 생각 해도 너무했고 영부인이 뿔 돋칠 만 했다.

 

그렇다고 차를 돌릴 수도 없는 일, 영부인의 불편한 심기를 담은 채 버스가 나환자촌에 도착, 사치품

들을 쏟아 부었는데, 이 여편네들이 앞다퉈 식당 봉사, 복도 청소, 방 청소, 변소청소를 자원하는 거 있지?

 

얼굴 씻기고 머리 감기고 목욕시켜 옷 갈아 입히는 건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한다.

 

스 킨십, 즉 피부 접촉은 안하시겠다는 의지 표현들인데 영부인께서 노는

꼴을 한참 보더니 스스로 나환자 방에 들어가 옷을 벗겨 얼굴을 씻기기 시작했다.

 

아부의 극치를 이루는 어느 마나님이 놀란듯, 또 무척 걱정스러운듯 영부인에게 다가가 아뢰었다.

 

“아니, 영부인님! 직접 얼굴을 씻기시면 안됩니다”

영부인께서 하던 일을 계속하며 차갑게 대꾸 했다.

“됐어요, 가서 다른 일 보세요. 환자들 씻기고 감기는 건 제가 하겠어요”

 

오늘 영부인은 이래저래 심기가 뒤틀렸고 줄 레줄레 따라 나섰던 여편네들은 일진이 안좋 았던가 보다. 제각기

위치에서 뭉그적뭉그적 마지못해 어거지 봉사활동들을 하고 있었는 데, 마지막 환자 목욕을 끝내고 마악 부엌으로

들어와 물 한잔에 목을 축이고 있는 영부 인 앞에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나환자 하나 가 쭈뼛쭈뼛 다가와 멈춰 섰다.

 

물을 마시던 영부인이 나환자의 붕대 감은 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며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세요. 제게 할말이 있으신가 보 죠?”

부엌에 몰려 있던 고급 마나님들 시선이 일제히 영부인과 나환자에게 집중되면서 숨을 죽였다.

 

나환자가 쭈뼛거리며 한 손에 들었던 작은 대나무 소반을 내밀었다. 손을 감은 붕대는쉴새없이

흘러 내리는 피고름으로 얼룩져 있 었고 그 작은 대나무 소반엔 사과 몇 알이 담 겨져 있었다.

 

“저희들이 영부인님께 드릴 것이라곤 이것 밖에 없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여사님”

 

그러면서 그 붕대 감은 손으로 흐르는 눈물 을 닦았다.

여사는 그 사과를 손에 집어 들며 입고 있던 앞치마로 나환자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맛있겠네요. 이렇게 소중한 선물은 난생처음 받아 본답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모두에 게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거 여기서 먹어도 되죠?”

나환자 사내가 눈물이 그렁한 얼굴을 들어 영부인을 쳐다봤다.

 

 “영부인님…!”

여사는 그 사과를 덥석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창 밖과 부엌 저편 복도에서 숨죽여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영부인은 사과를 맛있게 먹으며 그들에게 다 가가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 안으며 얘기했다.

 

 “여러분이나 저나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 들이나 다 같은 사람이고 이 나라 국민들이에요.

 

왜 제가 여러분들이 권한 사과를 못 먹을거란 생각들을 하셨죠?

오늘 전 여러분들 덕분에 정말 맛있는 사과를 맛보게 되었어요”

훌쩍이는 흐느낌은 그치지 않았다. 어느새 영부인의 눈에도 이슬 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이 사과, 저기 오늘 저하고 같이 오신 분 들에겐 안 줄 참이예요.

청와대 가져 가서 대 통령께도 맛을 보여드려야죠. 그게 좋겠죠, 여 러분”

 

영부인은 나환자들의 흐느낌 속에 눈물을 삼 키며 사과를 달게 먹고 있었는데,

뒷켠에 서 지켜 보던 어느 고관 부인이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저분은… 하늘이 내신 분이야…”

출처 : 현경대와사람들
글쓴이 : 세력선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