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방부는 27일자 보도자료를 통하여 ‘미그기 킬러(MiG Killer)’, ‘하늘의 도깨비’ 등으로 불리며 40년간 조국의 하늘을 철통같이 수호해온 F-4D 팬텀 전투기의 어제와 오늘 모습을 공개했다.
공군 11전투비행단 151전투비행대대(이하 ‘151대대’)의 F-4D 팬텀기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9년 8월 29일로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셈이다.
북한의 공군력이 최신예 MiG-21 전투기와 IL-28 전폭기를 운용하는 등 남한의 두배 이상에 달했던 1960년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공군력의 열세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F-4D 팬텀 전투기를 도입했다.
하지만 처음 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F-5와 F-86 등 구형 전투기를 운용해 온 우리 공군은 영공 방어와 공군력의 현대화를 위해 F-4D 팬텀 전투기를 원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을 노린 1.21사태에 이어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이 발생하자, 박 대통령이 F-4D 팬텀의 도입을 위해 직접 나서고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의 확답을 받아냈다.
공군은 이듬해 7월 10일 F-4D 팬텀 전투기 운용을 위해 대구 11전투비행단 산하에 151대대를 창설했고, F-4D 팬텀 1차 도입분 6대는 태평양 상공에서 미 공군 KC-135 공중급유기의 공중급유를 받고 오키나와 미 공군기지를 경유하여 대구 공군기지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1969년 8월 29일 대구 공군기지에 있었던 F-4D 팬텀 전투기 도입식 장면. ⓒ 대한민국 공군
▲F-4D 팬텀 도입식에서 6대의 팬텀기를 지휘한 강신구 중령(왼쪽)에게 부인이 꽃다발을 걸어주는 장면. 강 중령은 유명 배우이자 전 국회의원인 강신성일(오른쪽 셋째) 씨의 친형이다. ⓒ 대한민국 공군
▲1969년 9월 F-4D 팬텀기 편대 창설식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팬텀기를 살펴보며 관계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 정부기록사진집
▲1969년 도입 당시 F-4D 팬텀기의 위용. ⓒ 정부기록사진집
F-4D 팬텀 전투기 6대 도입에는 국군의 베트남전 3차 파병과 관련하여 미 정부가 한국에 제공한 특별군원 1억달러 중 6천4백만달러가 소요됐다.
F-4D 팬텀을 도입한 것은 우리 공군이 아시아 최초였다. F-4D 팬텀은 미 공군에서도 막 실전배치가 이뤄지던 최신예 기종으로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웰메이드(well-made) 무기체계였다. 지금이라면 미국이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도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우리 공군은 국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구입한 방위성급 헌납기를 포함해 모두 70여 대의 F-4D 팬텀을 도입했으며 현재는 20여 대만 운용 중이다.
지난 40년간 F-4D 팬텀 전투기의 활약상은 화려했다. 1971년 소흑산도 대간첩선 작전에 투입되었고, 1983년에 구 소련 TU-16을 요격했고, 1984년에는 구 소련 TU-95 및 핵잠수함을, 1998년 동해에 출현한 러시아 정찰기 IL-20을 요격하는 등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창설 이후 F-4D 팬텀 전투기만 운용해 온 151대대는 1985년 이후 23년 10개월간, 누적시간 8만6천 시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이어 가고 있다. 한 전투비행대대에서 동일 기종을 40년 넘게 운용하고 무사고 기록을 20년 넘게 이어 가는 공군부대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11전투비행단장 박재복 준장(공사 29기ㆍ51세)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F-4D 팬텀을 40년 동안 운용했고 23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이어 가는 것은 조종사와 정비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F-4D 팬텀이 명예롭게 퇴역하는 그날까지 무사고 신화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 8월, 도입 40주년을 맞은 공군 11전투비행단 151전투비행대대의 F-4D 팬텀기들이 임무 수행을 위해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 대한민국 공군
현재 운용 중인 20여 대 F-4D 팬텀 전투기의 평균 사용시간은 9천1백여 시간에 달한다. 따라서 F-4D 팬텀은 경제수명을 채우는 내년이나 2011년쯤이면 역사적 임무를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공군의 도약기를 이끌었던 F-4D 팬텀 전투기는 미래의 보라매를 꿈꾸는 어린 세대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주역으로 역사에 영원한 자취를 남기게 된다. ◎
[좋아하는 사람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