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대표의 “아이고, 참...” [한선교의원실]

여동활 2006. 7. 21. 23:08

http://www.hansunkyo.com/한선교의원실(한선교의원실)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이재오후보 연설방해 의혹에 대한 박대표의 답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나.



감히 말 하건데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 박대표가 연설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묻고 싶다.



소위 우리는 박근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대표의 순수성과 정직성 그리고 답답하리만큼 원칙적인 평소의 박근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날 우연치 않게 박대표, 이명박 시장 그리고 손학규 지사가 투표하기로 예정돼 있는 투표소 앞에 서 있었다.



투표소에 예정보다 다소 일찍 도착한 박대표는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우려해서 그곳에 앉아 있던 장애인 몇분과 악수를 나눴을 뿐 이내 빈 의자에 앉았다. 나 역시 사진을 찍으려 몰려든 대의원들을 향해서 “프레쉬는 터뜨리지 마세요”하며 자제를 요청했고 그런대로 정리가 됐다.



나 역시 혹은 박대표까지도 이렇듯 조심했던 것은 요즘에 얘기되고 있는 쓸데없는 오해를 순간 의식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의도적이라니...



그러니 그분의 대답은 “아이고, 참...”일 뿐이다.




지난 당대표시절 그의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가끔 이런 이런 불만을 표현하곤 했다 한다.



“대표님, 대표직에 있을 때 우리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권에서 내 사람 만들기는 듣기에 따라서는 저급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바로 그것이 정치의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박대표의 대답은 늘 같았다 한다.



“제가 지금 대표직을 이용해서 내 사람 만들기를 한다면 당이 온전하게 운영이 되겠어요?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이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는 것은 나부터 내 편, 네 편 만들지 않고 원칙적으로 나가니까 가능한 것이지....

만약에 내가 그런다면 다른 분들 또한 가만히 계시겠어요?“



이러한 대답을 들을 때마다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가슴 답답함을 느꼈다 한다. 정치는 현실인데 이분이 과연 어쩌시려고 저러시는가 하는 절망감마저 들곤 했다 한다. 박대표의 소신이자 원칙은 언제나 당이 먼저라는 것이다.




박대표와 식사자리를 함께한 의원들은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때 즈음이면 어느 정도의 실망감을 느낀다. 식사하는 동안에 나눈 얘기라곤 일상의 가벼운 얘기에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여러 어려움에 대한 얘기일 뿐이다. 간단히 얘기해서 나라 걱정 일색이다. 그리고 결론은 그래서 한나당이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담임 선생님과 식사를 한 느낌이라고 할까?



듣는이에 따라서는 국회의원들이 만나서 나라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터인데 헤어질 때 실망감은 웬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당대표와의 식사는 여는 식사 자리와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당대표와 의원 사이에 문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 기회에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고 또 운이 좋으면 대표로부터 신뢰의 눈길이나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제일 중요한 일일 수 있고 그것은 이내 그분에 대한 호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지도층들이 내 사람을 만드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의원들과의 식사자리를 애용한다.



하지만 박 대표와의 식사에서는 ‘당신을 나는 특별히 생각하고 있소’하는 눈길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나라 걱정 그래서 한나라가 잘해야 한다는 정신 교육만 받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어떤 느낌을 못 받았다고 실망하는 의원들이 거의 없다.



왜, 박근혜를 아니까.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박대표의 답답한 성격을 아니까.




지난 전당대회의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신문보도가 아직도 나오고 있다. 나는 지도부에 있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까 몰라도 당 소속 의원 개개인들은 이미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였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 지도부가 새로운 한나라를 펼칠 수 있게 이제는 대선과 관련된 논쟁은 잠시 쉬었으면 한다. 대리전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거기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경선시기와 방법에 대해 또다시 당이 소란스러워진다면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결과만 남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특정후보를 염두에 둔 노골적인 대리전일 수밖에 없다.




지난 두어 달 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당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TV정책토론을 가진 바 있다. 거기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대표는 박 대표에게 행복도시 건설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박대표는



“정의장이 다 아시면서 어거지 쓰는 경향이 있으시다.”



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의 말이지만 그것으로 질문에 대한 답은 끝났다. 참으로 통쾌하기까지 했다.




박대표는 이번 전대를 치루면서 불거진 대리전, 색깔론, 연설방해 등에 대한 본인의 심정을 사실은



“아이고, 참...”이 아니라

“다 아시면서...” 일지 모른다




“박근혜가 누군지 누구보다 다 잘 아시면서...”



적어도 6개월 동안 가까이서 지켜보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