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정희 前 대통령이 노동자 착취? 그들을 육성해서 중산층 만들었다"

여동활 2018. 2. 20. 11:19

"박정희 前 대통령이 노동자 착취? 그들을 육성해서 중산층 만들었다"

입력 : 2018.02.20 03:03

류석춘 교수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공업화 정책에는 중산층 육성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류석춘 교수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공업화 정책에는 중산층 육성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윤창빈 인턴기자
박정희(1917~1979)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있다. "박정희 집권 18년이 이룩한 '한강의 기적'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재벌을 살찌운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류석춘(63)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낸 책 제목은 도발적이다.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기파랑). 2010년부터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은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에서 시작했다. "박정희 시대의 노동자들이 정말 '착취'를 당했다면,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난해졌어야 했을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광범위한 중산층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난 류 교수는 "흔히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고생했다'는 것은 '착취당했다'는 것과는 아주 다른 의미"라고 강조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화를 위해 '산업 전사'인 기능공을 대량 육성했습니다. 1972년부터 1981년까지 배출된 기능공 숫자는 200만명에 이릅니다." 이들이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류 교수는 실증 작업을 거쳤다. 1970년대 기능공으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015년 재직 중인 노동자들의 급여 자료를 입수해 40여 년간의 임금 추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이들과 기아기공·대우중공업 출신 노동자 39명을 심층 면접했다.

이들 기능공의 임금은 1980년대 초·중반 정체기를 겪었으나 1980년대 후반 노조 설립, 1990년대 중반 노사 협조기로 들어서며 폭발적 상승세를 탔다. 2015년 현재 임금은 연 1억원 수준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최상위에 속한다. "박정희는 중공업을 일으켜 잉여인구가 될 가능성이 큰 농어촌과 도시 중·하층 젊은이들을 기능공이 되게 했고, 이들은 '숙련노동자 중산층'으로 성장해 계층의 수직 상승을 이뤘습니다."

결국 '박정희가 노동자를 착취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류 교수의 주장이다. "착취는커녕 '마이홈' '마이카'를 가지고 휴가철에 해외여행을 누리도록 했습니다. 공산주의 북한은 꿈도 못 꿀 일이었죠."

나아가 이들 '숙련노동자 중산층'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 내부의 파벌 투쟁을 거쳐 일부가 '귀족노조'로 변신했다고 류 교수는 지적했다. "그들의 기득권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귀족노조, 비정규직, 양극화 같은 현재의 문제들은 박정희의 '중산층 육성'이 남긴 뜻하지 않은 부산물인 셈. 류 교수는 "박정희의 범국가적 경제건설 덕분에 형성된 대기업 노동중산층은 이제 노동개혁에 동의해 '노동보국(勞動報國)'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신문 정치면에 자주 등장했던 류 교수는 "'보수가 위기에 빠졌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자기 기득권이 침해당하는 건 못 받아들이더라"며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을 권고해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서 태극기 깃대로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억울하게 탄핵당했지만, 정치적으로 실패한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박근혜도 반드시 그래야 하나요? 그거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 아닐까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0/20180220001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