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김재관 박사 별세…향년 84세
뮌헨공대 졸업한 ‘1호 유치과학자’
포항제철소·현대중공업 기틀 다져
개정헌법 127조 명문화 공로
독일 뮌헨공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제1호 유치과학자다. 유치과학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해외에서 유학을 마친 유명한 과학자를 국내에 영입하던 제도다. 박정희 대통령은 귀국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김재관 박사를 불러들였다.
이곳에서 그는 과학기술 기반 중화학공업 육성의 밑그림을 그린다. 당시 김재관 박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중공업발전의 기반'과 '4대핵공장건설계획' 등이다. 포항제철을 비롯해 현대조선(현 현대중공업)·삼미특수강(현 현대비앤지스틸)·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등 한국을 먹여 살리는 수많은 제조 기업이 탄생한 ‘설계도’였다.
이후 미국 바텔기념연구소·국방과학연구소(부소장)를 거쳐, 73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초대 차관보로 자리를 옮긴다. 중공업 정책 책임자로서 그는 다시 '자동차 산업 육성방안'을 꺼냈다. 한국 고유의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 연구개발 수준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박 대통령과 독대하면서까지 이를 추진한다. 현대자동차가 당시 정부 사업을 낙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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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부터 6년간 한국표준연구소 초대·2대 소장으로 재직하며 산업의 뼈대인 국가표준을 수립한다. 1980년 개정헌법 127조 2항에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는 조항이 명문화한 배경도 김 박사 공로다. 이 조항을 근거로 1999년 국가표준기본법이 제정됐다.
김은영 전 KIST 원장은 “김재관 박사는 종합제철계획수립을 비롯해 중화학공업 기반을 세우는 등 한국 산업화에 큰 공로를 세웠다”고 기억했다.
유족은 부인 양혜숙(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씨와 자녀 선영(인천 가톨릭대 교수)·선우(KAIST 대우교수)·원준(KAIST 교수) 씨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28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화성시 안석동 선영이다. 1544-1326.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