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정희대통령 처음 불러들인 ‘유학파 과학자김재관 박사 별세’

여동활 2017. 12. 26. 10:19

[삶과추억] 박정희가 처음 불러들인 ‘유학파 과학자김재관 박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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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4세 일기로 별세한 우정(宇精) 김재관 박사.

향년 84세 일기로 별세한 우정(宇精) 김재관 박사.

1964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선진국 산업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서독(독일)을 방문했을 때다. 뮌헨의 조찬모임에서 초청받은 한 독일 유학생이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자를 건넸다. 표지엔 ‘Proposal for Development of Iron and Steel Industry in Korea(한국 철강공업 발전 제안서)’라고 쓰여 있었다. 제안서 핵심은 ‘1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포항제철소(현 포스코) 1기 설비 규모가 103만t이 된 배경이다. 
  

우정 김재관 박사 별세…향년 84세 
뮌헨공대 졸업한 ‘1호 유치과학자’
포항제철소·현대중공업 기틀 다져
개정헌법 127조 명문화 공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던 우정(宇精) 김재관(사진) 박사가 25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철강·조선·자동차 등 한국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제조업의 뼈대를 세웠던 인물이다. 
  
1961년 11월 17일 한국종합제철건설협정서 조인식에 참여한 김재관 박사. [김재관 박사 제공]

1961년 11월 17일 한국종합제철건설협정서 조인식에 참여한 김재관 박사. [김재관 박사 제공]

  
독일 뮌헨공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제1호 유치과학자다. 유치과학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해외에서 유학을 마친 유명한 과학자를 국내에 영입하던 제도다. 박정희 대통령은 귀국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김재관 박사를 불러들였다. 
  
KIST를 시찰하기 위해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우측)에게 김재관 박사(좌측·당시 KIST 책임연구원)가 중공업 육성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재관 박사 제공]

KIST를 시찰하기 위해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우측)에게 김재관 박사(좌측·당시 KIST 책임연구원)가 중공업 육성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재관 박사 제공]

  
이곳에서 그는 과학기술 기반 중화학공업 육성의 밑그림을 그린다. 당시 김재관 박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중공업발전의 기반'과 '4대핵공장건설계획' 등이다. 포항제철을 비롯해 현대조선(현 현대중공업)·삼미특수강(현 현대비앤지스틸)·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등 한국을 먹여 살리는 수많은 제조 기업이 탄생한 ‘설계도’였다. 
  
포항제철 전담반(현 포스코) 14인. [김재관 박사 제공]

포항제철 전담반(현 포스코) 14인. [김재관 박사 제공]

  
이후 미국 바텔기념연구소·국방과학연구소(부소장)를 거쳐, 73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초대 차관보로 자리를 옮긴다. 중공업 정책 책임자로서 그는 다시 '자동차 산업 육성방안'을 꺼냈다. 한국 고유의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 연구개발 수준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박 대통령과 독대하면서까지 이를 추진한다. 현대자동차가 당시 정부 사업을 낙찰받았다. 
  
김재관 박사가 작성한 포함종합제철공장 최초의 설계도. [김재관 박사 제공]

김재관 박사가 작성한 포함종합제철공장 최초의 설계도. [김재관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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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부터 6년간 한국표준연구소 초대·2대 소장으로 재직하며 산업의 뼈대인 국가표준을 수립한다. 1980년 개정헌법 127조 2항에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는 조항이 명문화한 배경도 김 박사 공로다. 이 조항을 근거로 1999년 국가표준기본법이 제정됐다. 
  
김은영 전 KIST 원장은 “김재관 박사는 종합제철계획수립을 비롯해 중화학공업 기반을 세우는 등 한국 산업화에 큰 공로를 세웠다”고 기억했다.  
  
유족은 부인 양혜숙(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씨와 자녀 선영(인천 가톨릭대 교수)·선우(KAIST 대우교수)·원준(KAIST 교수) 씨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28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화성시 안석동 선영이다. 1544-1326.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삶과추억] 박정희가 처음 불러들인 ‘유학파 과학자’ 김재관 박사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