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정희대통령시절 ,,청와대 경호원 감나무에 올라갔다가…(김인만작가)

여동활 2013. 12. 22. 20:00

청와대 경호원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2013-12-22
▲청와대 상춘재(외빈 접견 등에 사용되는 전통적인 한옥 건물) 나무 문살과 어우러진 감나무의 정겨운 빛깔. ⓒ 청와대 포토

뜬금없는 ‘수출금지’

 

팔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내다 팔자고

“해가 떠도 수출 달이 떠도 수출”을

밤낮없이 노래하더니 뜬금없이 ‘수출금지’

품목이 나타났다. 그것도 수출목표

초과달성 보고를 듣거나 수출 유공자만

보면 금세 얼굴이 환해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떨어진 것이니,

그때 그 현장에 있던 사람이 아니고는

 의아스러울 법도 했다.   

 

1975년 11월 26일 박 대통령은 중앙청에서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수출 유공자와 우수 근로자들을 따뜻이

격려한 뒤 수출해서는 안된다는 품목을

제시했다.

다름 아닌 감나무였다. 감나무가 골프채

 만드는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마구

베어지는 것을 알고 “이러다가는 감나무가

남아나지 않겠다”며 박 대통령이 웃으면서

 금지 지시를 내리자,

 참석자들이 따라 웃었다. 그동안의

수출신장세에 따른 여유로운 웃음이라고나

 할까.  

 

식량 자급자족에 노심초사하던 박 대통령의

감나무, 밤나무 같은 유실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했다.

지방 시찰을 하면 인근의 유실수 단지를 반드시 찾아가 보고, 유실수 단지가 없는 곳에 가면

관계 공무원과 농민들에게 야산에 대체 식량으로 유실수를 심도록 지시 또는 독려를 했다.

 야산을 훼손하지 말고 자연의 모습대로 보존하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경북 구미

고향집에 들르면 청소년 시절 공부하던 사랑채 앞에 있는 오래된 감나무를 어루만지며

“옛날에 어머니와 같이 심어 가꾸던 나무”라면서 옛정을 되새기기도 했다.

 

괜찮아, 비밀로 해줄게

 

그런 대통령이니만큼 청와대 뒤뜰에는 감나무, 밤나무, 살구나무들이 많아 철마다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볼 만했을 것 같은데 때론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1972년 6월 24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직원들이 뒤뜰에 있는

 살구를 익기도 전에 다 따먹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이

 먹고 남은 살구씨를 돌려받아 임업시험장에 보내 묘판을 만들어 농가에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이토록 유실수의 값어치를 알뜰히 챙기는 대통령에게 70년대 어느해 가을에 경호원이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들키고 말았다.  

 

당시 동료 경호원 김명곤씨가 전하는 얘기다. (매일신문 2013년 3월 9일)

“경호원 초년병 시절이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시절이었지요.

한번은 동료가 청와대 내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통령에게 들켜 버렸습니다. 

 

경호원은 감나무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데  대통령이

그에게 냅다 올려붙이는 말.

괜찮아, 비밀로 해줄게.”

 

빙그레 웃으면서 툭 던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냥 가슴이 녹아버린 듯 김명곤씨는

그 순간 “대통령의 영원한 경호원이 되리라”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자 가자 감나무…너랑 나랑 살구나무”

 


▲(왼쪽)박정희 대통령이 주말에 청와대 뒤뜰의 감나무에 열린 노랗게 익은 감을 손수 따고 있다. (오른쪽)장대로
감을 따는 근혜씨. 옆의 강아지 ‘방울이’는 근혜씨가 데려온 청와대 ‘식구’였다. ⓒ 국가기록원

 

지방 시찰이 잦았던 박 대통령이 안 보아도 잘 아는 사실이 하나 있다. 초근목피를 찾던 시절,

 배 고픈 아이들이 가을철도 아닌 여름철에 감나무 밑에 모여드는 모습이다.

사람도 먹고 까치도 먹으라고 가을철이면 주렁주렁 감이 열려 매달리건만 아이들은 초복이

지나기가 무섭게 풋감 떨어진 것을 주워 먹고는 그래도 아쉬워 감나무를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1978년 가을에 박 대통령은 청와대 뒤뜰의 감나무에서 감을 따 청와대 인근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것이 당시 신문 보도에는 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근혜, 근영 두 따님과 함께

감을 따는 사진들이 국가기록원에 보존돼 있다.

 


▲(왼쪽)청와대 인근 동네 어린이들이 대통령으로부터 감을 한 바구니씩 받아가는 모습. (오른쪽)감을 깎는 박
대통령. ⓒ 국가기록원 / 청와대 기록사진

 

대통령과 따님들은 장대로 감을 따거나 또 박 대통령은 감나무에 올라갔던 경호원처럼 직접 올라가

감을 따기도 했다. 대통령은 그렇게 모아진 감을 동네 아이들에게 한 바구니씩 담아주고는

나머지를 본관으로 가져와 따님들과 함께 먹었다.

이때 청와대 전속 사진사 김세권씨가 찍은 대통령이 감을 깎는 사진은 한참 세월이 흐른 뒤 그 사본이

 경매에 나와 팔리기도 할 만큼 서민풍의 친근감을 주는 모습으로 자못 가치있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근혜, 근영 두 따님은 청와대를 떠난 후 1984년 식목일에 동작동 부모님 묘소를 찾아 10년생

 감나무를 심었는데, 더불어 80년대에는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는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는가 하면,

그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는 “가자 가자 감나무…너랑 나랑 살구나무”라는 노래가 어린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청와대 뒤뜰에 이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재잘거림이 철마다 끊이지 아니하고 온갖 새들의

지저귐과 어울려 “가자 가자 감나무…너랑 나랑 살구나무” 노래가 울려퍼질 때 그게 참다운

국민행복시대의 모습이리라. ◎

[좋아하는 사람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