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박근혜 뒷받침할 인물 새누리당에 있나?"
[인터뷰] 김종인 "복지는 국가의 역할, 나중에 후회하면 늦는다"
박세열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3-14 오전 11:44:35
인사들의 갖은 공격에 시달렸지만, 그때마다 결기를 보여줬고 여유롭게 물리쳤다. 그의 화두는 하나, 경제 민주화였다.
그는 새누리당의 정강 정책을 '국민과의 약속'으로 바꾸고 헌법의 경제 민주화 정신을 담았다. 그러나 1차 공천 결과를 본 뒤 "변화 의지가 안보인다"고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책 논의에 참여해 건강보험을 도입하는 '업적'을 남겼다. 87년 격동의 시기에 개헌 작업을 주도하며 새누리당 보수 인사들까지 금과옥조로 여기는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 이른바 '김종인 조항'을 만들었다.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으로 공직 생활의 길을 열었고, 제 11대, 12대, 14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 보건사회부 장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지만, 한국 정치 지형에서는 야권 성향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김 위원은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통해 "새누리당 정강 정책에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기는 했는데, 나는 별로 대단한 것이라 보지 않는다. 헌법에 나와 있는 걸 새누리당이 정강 정책에 받아들인 것 뿐"이라며 "내가 비대위에서 요구한 것이 의회에 들어갈 인물이 이런 것을 뒷받침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물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은 일단 회의적이었다. 그는 "공천 과정을 보면, 지금 새누리당이 공천 신청을 한 사람 중 정강 정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본다. 그런 것 관계없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공천 등을 통해 김 위원의 지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김 위원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는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 한 가지 장점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 기존 경제 세력과 아무런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이다. 본인이 이익집단으로부터도 굉장히 독립적이다. 대통령으로 의지가 확실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인력을 확보하면 5년 동안 뭘 해놓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 가능성이 보이니까 옆에서 대선까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기대만큼 실제로 대통령이 됐을 때 재벌, 대기업 개혁을 포함해 '민주적 경제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김 위원을 만나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새누리당의 좌표를 짚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정강 정책 바꿨는데, 그걸 실천할 인물이 있느냐"
프레시안 : 비대위 활동이 석달째 들었는데, 소신에 차서 활동하는 것 같다.
김종인 : 소신이라기보다 사실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완전히 무너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내부 사람들로 만든 것도 아니고 외부 사람을 동원해 쇄신하겠다고 나를 불러온 것이지 않나. 집이 흔들흔들 하니까 집을 고쳐달라고 목수한테 맡겼으면, 그 목수가 기둥도 빼고 벽도 털고 하는 게 통상적인 일 아닌가. (비대위를) 안 했으면 모르지만 기왕 했으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지 않나. 특별히 개인적 목적이 있어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안 다 떠나 2010년 지자체 선거 결과, 그리고 지난번 자신들 텃밭이라는 분당 선거 결과,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결과,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 그것을 보면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식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종전의 사고방식으로는 쇄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쇄신을 해달라는 원래 취지에 따라 얘기를 하다 보니 그런 얘기를(실세 용퇴론, 재벌 개혁 등 소신 발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막상 가서 해보려고 하니까 너무 저항이 많은데, 그 정도의 저항에 겁을 내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는 거다.
프레시안 : 저항이 많은 것 같다.
김종인 : 정치에서 자기 이해관계에 반하면 반발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모르고 가서 하려고 했겠나. 감수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래서 두 달 이상 쇄신 작업을 했다. 어떤가. 한나라당이 바뀌었다고 판단하나?
김종인 : 정강 정책을 바꿨으니 새누리당이 지향할 방향은 큰 틀에서 바꿔준 거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이행할 것이냐, 그것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하느냐 못하느냐, 거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를 정강정책에 넣었는데 '실제로 그것을 추진할 세력이 있느냐, 추진할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 그냥 겉포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김종인 : 사실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고 정강정책을 바꾸기는 했는데, 나는 별로 대단한 것이라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에 나와 있는 걸 정강정책에 받아들인 것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엄청난 변신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안 할 수가 없는 게 지금 상황이다. '1%대 99%'라는 게 화두다. 우리나라 정부 통계를 봐도 45%가 나는 하층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나온 수치다. 58%나 되는 사람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우 그에 대한 인식만큼은 본인 스스로 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생각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새누리당에 어느 정도 포진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비대위에서 요구한 것이, 의회에 들어갈 인물이 그런 것을 뒷받침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공천하는 과정에서 그런 면을 참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천 과정을 보면, 지금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한 사람 중 정강 정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따졌을 때, 저는 회의적이라고 본다. 그런 것 관계없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지역구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는 본래 그런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일단 박근혜 위원장 말대로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런 점을 배려해서 배치하겠다고 했으니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대위 하면서 (박 위원장에게) 충분히 말을 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위원장 본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비대위에 뭔가 역할을 더 부여해 공천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김종인 :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공심위는 당헌 당규를 따져 자기들 권한을 만들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 같다. 내가 첫 번째 공천 발표하는 날, '공천을 정치적 감각 없이 그렇게 하면 되느냐'고 했는데 그게 묵살되니까 더 이상 얘기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지역구 공천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비대위가 관여를 안 하고 있다.
"대기업, 국회의원은 손아귀에 있다며 웃는다. 그 웃음 오래 갈까?"
프레시안 : 지금까지 국회에서 보면 경제 정책은 관료 출신 의원들이 주도권을 잡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전직 관료들이 다수 보인다.
김종인 : 일부 듣는 바에 의하면 대기업에 소속돼 있는 간부급 사람들이 '국회의원은 다 우리 손아귀에 있으니 경제 민주화라고 해도 염려하지 않는다'고 한다더라. 사실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얘기는 지금 안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큰 경제 세력들 역시 자기들도 대한민국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들도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노력하면 따라갈 생각을 해야 한다. 저항해서 정치권이나 정부가 그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게 된다고 치자. 종국에 가서 지나치게 부가 편중돼 '나는 하층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들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지 않겠나.
프레시안 : 이른바 혁명에 대한 시도 내지는 사회적 혼란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김종인 : 1960년부터 지금까지 딱 50년을 보자. 반으로 나누면 압축 성장 기간이 25년이다. 그 사이에 경제 사회 모순이 많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재벌, 경제 세력이라는 것이 형성됐다. 그래도 국민 의식이 변해서 국민의 힘으로 87년에 정치 민주화를 이뤘다. 정치 민주화를 이룬 지 만 25년 째 되는 해가 올해다. 정치 민주화는 됐지만 과거 압축 성장 때 발생한 모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기존 정당에 불신을 표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아닌가. 무소속 박원순 시장이 두 당을 다 물리치고 시장이 된 것 아닌가. 정당이 못하면 국민이 판단하게 된다. 대표적인게 일본의 지난번 총선거 때다. 50년 집권한 자민당을 국민이 완전히 묵사발 만드는 총선 결과가 나온 것과 같은 식의 결과가 우리에게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정치권이 갈등 조정 능력을 얘기하기 전에 갈등을 예방해야 할 것 같다.
김종인 : 사회가 혼란과 갈등 구조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결국 경제 효율도 없어지고 사회 안정도 못시키는 꼴이 반복된다. 그러면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성취한 것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프레시안 : 결국 경제민주화는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일 일 텐데.
김종인 : 그렇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민주공화국이라는 말만 가지고는 민주주의가 안 되니까 삼권분립도 나오고 기본권 문제도 나오고 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119조 1항이 있는데 2항이 왜 필요하느냐고 하는데, 1항과 2항은 각각의 항이 아니라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헌법 제119조 제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편집자주) 시장이라는 것도 어떤 틀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또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 경제 문제가 많다. 그런 것은 국가가 해결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요새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들이 신문에 칼럼 쓰는 것을 보면 '헌법 35조 등(헌법 제31~35조는 교육, 노동, 복지, 주거, 환경 등의 국민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편집자주)을 갖다가 적용하면 다 할 수 있는데 왜 경제 조항이 따로 있느냐'고 하더라. 또 국가 위기라고 생각되면 얼마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단 본질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헌법 제 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편집자주) 그러면 법률적 논쟁이 생긴다. 그것을 모르고 119조를 만든 게 아니다. 논쟁이 생기면 결국 힘 있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지금 언론 역시 광고 때문에 재벌의 이익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법률 시장도 그 사람들 쪽에 서야 돈벌이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지성 엘리트도 그런 세력의 영향 하에 있다. 그러면 최종 심판하는 헌법재판관들, 그 보수적인 사람들이 어느 쪽으로 가겠나. 그런 논쟁을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 119조 2항을 명문화해서 집어넣은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할 적에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될 사람이면 헌법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나. 그런 내용을 새로운 정강정책에 반영을 한 것인데,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을 집어넣는다고. 과거 관행으로 보면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대단한 것으로 느낄 필요가 없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어떻게 과거 관행을 견제해서 시행해나갈 것이냐의 문제인 것 같다. 실제로 흔히 재벌 개혁이라고 말하는데,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김종인 : 재벌 문제만 다뤄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해야 할 제도적인 조치가 많다. 그것은 정치하는 사람들, 앞으로 대한민국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과제다. 그것을 모른다면 진짜 한심한 거지.
프레시안 : 출총제, 순환출자금지 등도 큰 효과가 없었다. 제도 변혁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이 있나?
김종인 : 내가 구체적인 얘기를 안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과연 실현할지 안할지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런 얘기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대선으로 들어갈 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그런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 내 얘기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해줄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꺼내놓을 때는 아니다?
김종인 : 그렇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말이야, 언론에 칼럼 쓰는 사람을 보면 그게 실체가 뭔지 모르고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더라.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일찍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싫다.
프레시안 : 민주통합당은, 용어를 철회했지만, 재벌세를 얘기하기도 했다.
김종인 : 민주당은 재벌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있는 건데, 경제 민주화는 경제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전체를 지배하는 그런 상황이 되면 안 된다. 경제 민주화가 특별히 재벌을 잡는 것이라고 착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더듬어보면, 소득 분배가 가장 적정했다고 보는 시대가 어느 시대일 것 같나.
수치적으로 봤을 때 88년부터 92년까지가 가장 적절한 때였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88년 2700불에서 시작해 92년 말에 7200불이 넘었다. 125% 가까이 증가했다. 그 때 가계 저축율을 보면 소득 분배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나타난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낀다는 사람이 많았었다. 그 이후부터는 악화되기 시작하는데, IMF 사태를 만나게 되면서 (정치인들이) 겁에 질리니까, 근본적인 사회 제도를 재편하기보다는 빨리 위기를 넘기자는 생각으로 왔다. 그러다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을 한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 하에서 부의 간격이 더 벌어져버렸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줄 알았는데, 이 정권 와서 더 심화된 현상을 보이니 일반 국민들은 반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반발하는 것과 지금 일반 국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공천 문제로 왈가왈부되고, '공천이 잘 됐나, 안 됐나'에 따라 선거 판도가 결정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가 볼 땐 절대 그게 아니다.
"대기업 문제만? 노동 문제도 나올 것…기업별 노조 개혁해야"
프레시안 : 총선에서 복지, 대기업 개혁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는데, 현재까지만 봤을 때,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들, 이를테면 노동 분야에 대한 얘기는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김종인 : 그것은 나중에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 문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있나. 지금 노동 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50%가 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비정규직이 60%, 70%로 갈 것이다. 비정규직이 특이한 게 아니라 정규직이 특이한 족속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기업 노조 얘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기업 노조 형태다. 원래 1980년 입법의회 시절 노동조합법 개정을 할 적에 기업 노조가 생긴 것인데, 나는 당시 기업 노조를 절대 반대했던 사람이다. 오늘날 독일의 노동조합법이 근대 산업사회에 맞게 된 이유는 1949년 나라(서독)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노동조합법 관련 독소 조항을 다 없애버렸다. 또 노조 형태 자체를 코오퍼레이션 시스템(Cooperation system, 협력적 시스템)으로 하지 않으면 자기 권익을 증진시킬 수 없게 돼 있다. 영국식 노동조합인 콘플릭트 시스템(Conflict system, 대결적 시스템)으로 (노동자가) 권익을 쟁취하는 형식이 아니다. 영국의 노동운동사라는 것은 '피의 투쟁'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의 노조 형태가 됐고, 독일은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협조적인 노사관계가 된 것이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김종인 : 우리나라는 1953년 노동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 산업이 없고 그런 법도 필요 없을 때였다. 나라가 생겼으니까, 그런 법이 있어야 했고, 그래서 이상적으로 짜 맞춰놓은 게 노동기본법이 됐다. 이후 70년대 들어와 3차 경제개발이 시작됐을 때부터 절대 빈곤이 해결되고 노동자의 의식이 깨면서 전태일 같은 인물이 나왔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요구했던 게 뭐냐. 노동법대로 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노동법대로 할 것 같으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가 노동법대로 해달라고 투쟁하는 노동자를 오히려 탄압하게 된 것이다.
나는 1975년 하반기부터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에서 노동법 개정 작업을 시도했으나, 정부 측에 참여한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 중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후 79년 초 독일에 체류하던 중 방학을 이용해 잠시 귀국했을 때 YH 사건(1979년 8월 YH무역 회사 노동자들이 부당 폐업에 항의하고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인 사건. 박정희 정부의 몰락을 촉진시키는 계기 중 하나가 됐다.-편집자주)이 발생했었다. 결국 노동 문제가 터져버린 것이다.
이후 80년 5.18이 난 뒤에 내가 세금 관련 일 때문에 국보위에 들어갔었다. 내가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금년은 어차피 경제 성장은 어려우니 경제에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더니, 보고후 나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매우 언짢았던 모양이었다. 그 후 일주일 쯤 지나 나에 대한 재점검을 했는지, 갑작스럽게 노사 안정을 위한 작업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보고를 했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 '근대 사회에서 기업 내에 노조 지부나 노조를 둔다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형태다. 전근대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노조는 노조대로 사회적 기능을 하게 만들어주고, 그래서 노조 활동을 통해 사회에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기업에서는 노조지부나 그런 게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생산하는 곳이다. 생산시설 보호를 위해서도 기업 내에서 파업을 하거나 그러면 염려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주무 장관에게 설명하고 그대로 법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왜 안 됐나?
김종인 : 당시 전경련 정주영 회장이 노동청하고 말을 딱 맞춰서 기업 노조를 해달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옥신각신하다가 총리실로 갔는데, 당시 총리가 '노동청 입장대로 안 해주면 사표를 내니 어쩌느니 한다'고 해서 정주영 회장 손을 들어줬고, 결국 기업 노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 내가 정주영 회장에게 그랬다. '정 회장이 기업 노조를 주장한 원래 목적을 내가 다 알아요. 기업에 노조를 두면 오너가 기업노조 같으면 적당히 요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아니요. 기업 노조 만들어주면 기업 노조를 회장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근로자 숫자가 기업 내부에 많아지고 정치가 민주화되면 회장님 뜻대로 절대 못 합니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이겼다. 우리나라는 당시 재벌 총수가 뭐라고 하면 정부 사람들은 '그 사람 말이 맞다'고 했으니까.
프레시안 : 요즘엔 기업 노조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많다.
김종인 : 오늘날 기업 노조를 해서 현대차니, 현대중공업이 고통을 많이 겪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로 갈렸다. 정규직 노조와 기업만 '짝짜꿍'하면 정규직만 대우해주고 비정규직은 적당히 해버리지 않나.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이런 것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데, 노동시장 문제는 당연히 거론될 수밖에 없다.
"교육·보육은 복지 아니고 국가 제 1과제…복지 포퓰리즘? 이해 안가"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 관련 논의가 활발해진 것 같긴 한데, 실제로 느끼는 것은 어떤가. 우리 사회 지식인들이 준비가 된 것 같나?
김종인 : 홍종학 교수하고 세금혁명당 선대인 씨가 재벌 문제를 얘기하는데, 나는 구체적으로 할 말이 많지만 얘기를 안 했지요. 한국 사회가 최근 이상하게 변질이 돼서 그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근본적으로 시정을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답답한 현상인데, 다음 대통령 될 사람이 그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사회 문제도 그렇지만 경제도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렵다. 경제는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커질 필요는 없다. 다만 정부가 강해야 한다. 경제 세력이나 이익집단보다 상위에 있는 정부가 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와 다른 게 있다. 남북이 갈라져 있다는 점이다. 남쪽 사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파열음을 자꾸 내게 되면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에도 적지 않은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하든 해소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장 강한 경제 세력들은 우리가 이런 얘기 하는 것을 들으면 웃는다. '잘들 해봐라' 하면서 웃지만, 까딱하면 그 사람들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는 사태가 올 것이라는 점도 생각을 해야 한다. 최근 <조선일보>가 자본주의 4.0을 다뤘는데, 돈 벌어서 나중에 기부 조금 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판 의식도 점점 없어져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프레시안 : 다시 우리나라 정치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복지 문제가 화두다. 복지 역시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인데, 벌써 '복지 포퓰리즘' 등으로 시끄럽다.
김종인 : 우리 사회에서 적절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 정당은 현실을 추구해야지 이상을 내걸면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새누리당의 정강 정책도 기본적으로 헌법 정신을 이어 받아서 만든 것이다. 복지라는 것은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의 역동적인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복지를 저버릴 수 없다. 그렇다고 복지만 강조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경제와 복지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정당이 포퓰리즘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지났다. 50년대, 60년대나 할 얘기지. 사회가 깨질 위기에 있으니까 다소 돈을 들여서라도 해소를 해야지. 그런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내는데,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프레시안 : 복지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김종인 : 복지의 개념부터 제대로 정의하고 세분화해야 한다. 원래 전통적 의미의 복지는, 소득이 중단된 사람들에게 소득을 이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소득이 중단될 수 있는 경우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질병이 오면 중단된다. 늙으면 노동력이 없어서 중단되고, 경제 상황이 변해 실업자가 되면 소득이 중단된다. 그러면 생존을 유지시켜야 하니까 그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회에 혼란이 나타난다. 나아가 사회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 그래서 소득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위해 복지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원래 고유의 과제로 해야 할 것을 다 '복지'라고 하는 것 같다. 교육은 복지 이전에 원래 정부가 하는 과제다. 그런 것까지 포함하니 복지 비용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보육 문제가 나오는데, 이것이 복지라고 생각하면 절대 해결 못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인구의 급격한 변화인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 못하면 인구가 줄고 시장 규모가 줄고 노동력이 줄어든다. 그러면 모든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게 돼 있다. 연금도 그렇고 건강보험도 작동 못한다. 그런 문제를 복지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교육, 보육은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 중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로 여겨야 한다. 그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빚을 내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혼란스럽게 얘기가 전개된다. 복지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시키니 돈이 많이 들어가고 '포퓰리즘이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그런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그런 우스꽝스러운 일은 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복지든 국가 역할 증대든, 증세 얘기가 많이 나온다.
김종인 : 복지 때문에 증세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통령도 어디에서 들었는지, 0세부터 5세까지 보육은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다. 그것을 '복지'라는 카테고리에 넣지 말라는 것이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것일 뿐 아니라 경제 정책의 1번 과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연금 기금이 있다. 연기금을 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높이느니 하는 것보다, 연금을 계속 불입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게 맞다. 그러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돈을 빌려서라도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95년도 정도부터 시작했어야 하는데, 아직도 인식이 그렇게 돼 있지 않다는 게 큰 문제다.
프레시안 :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갑자기 시행하려면 재원이 만만치 않게 들 것 같다.
김종인 : 보육이라는 게 재원이 그렇게 엄청나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조세 부담률은 19% 약간 넘는데 어느 기간에는 21%가 넘었다. 그런데 감세 해가지고 19%로 떨어졌다. 조세 부담율 1%가 오르면 재원이 12조 가까이 늘어난다. 그 정도는 우리가 올릴 수 있다. 그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준도 아니다. 예산 구조 개혁도 중요하다. 정부에 없어져야 할 기능, 이런 것을 재조정하면 거기에서 상당 부분을 끌어올 수 있는데, 내가 대충 계산해도 10% 정도는 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326조가 금년 예산인데, 30조 이상 만들 수 있다. 그런 재원을 모집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것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못하게 할 것 같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얘기 아니냐. 나중에 가서 후회해 봐야 그 때는 소용이 없다.
"경제 민주화는 의지가 중요…재벌 이해관계 없는 박근혜 의지 확고해"
프레시안 : 정리하면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고, 그게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재벌 개혁만이 문제가 아니다. 노동문제, 남북한 문제까지 아우르는 과제여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과제를 꺼내놓기에는 이르다. 이것인가?
김종인 : 그렇다. 그런데 내가 과거에도 여러 번 이렇게 저렇게 얘기했던 사항인데, 수용 태세가 돼야 얘기도 하는 것이지, 수용 태세가 안 됐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박근혜 위원장을 비교적 최근에 자주 만나는 상황인데, 비교적 그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 나름대로 아주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 한 가지 장점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 기존 경제 세력과 아무런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이다. 본인이 이익집단으로부터도 굉장히 독립적이다. 대통령으로 의지가 확실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인력을 확보하면 5년 동안 뭘 해놓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가서 일을 해줄 필요가 없지 않나. 그 가능성이 보이니까 옆에서 서포트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이 정도 사람이 되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 동안 오래 접촉을 하면서 얘기를 했고, 상당한 인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인 것이다.
프레시안 :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이 문제를 김 위원에게 진두지휘를 해달라고 한다면?
김종인 : 진두지휘는 무슨, 나는 감투 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프레시안 : 박근혜 위원장은 재벌과의 관계에 있어서 깨끗하다고 했지만, 역대 대통령을 보면 처음엔 그랬는지 몰라도 집권 후에는 다들 재벌, 대기업들의 유혹에 빠졌다.
김종인 : 내가 과거 대통령들의 잘못된 경험을 다 알기 때문에 (박근혜 위원장은)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을 안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과 된 후에 마인드가 싹 바뀐 사람들이다.
프레시안 : 한미FTA는 어떻게 보나?
김종인 : 과연 우리가 한미FTA를 별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는 단계에서 한미FTA를 추진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국제적인 추세에서 자유무역 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여러 경제, 사회 상황이 그것을 무리 없이 수용할 단계가 되나? 처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준비 없이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얘기를 해야지. 준비 없이 했는데 인준할 때 되니 머뭇머뭇 했다. 그 때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얼마나 한미FTA 광고를 하고 다니고 해야 한다고 떠들어댔나.
프레시안 :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판단하나. 야당은 폐기 내지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 폐기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제간 협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에 '반미면 어떻냐'는 얘기도 했지만, 이후에 태도가 달라져 버리는데 어떻게 하나. 괜히 민심 때문에 한미FTA 가지고 야당이 떠드는데, 막상 집권을 하게 되면...
프레시안 : 집권 당시 보여줬던 그런 점들에 있어서 현재 야당에 실망을 한 것인가?
김종인 : 사람들이 나한테 물어본다. 왜 당신이 하필 새누리당을 도와주느냐. 내가 17대 국회에 있으면서 실망했던 게 뭐냐. 당시 열린우리당 주류를 형성한 게 386이다. 그 사람들이 떼를 지어서 전경련을 찾아가 '나는 당신들 편이다'며 전경련 회장을 만나기를 원하고, (그런데) 회장도 못 만나고 부회장 만나고 오더라. 나는 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의식을 갖고 정권을 잡았는지, 무슨 의식을 갖고 나라의 제도를 바꾸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신념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애착이 없다.
옛날에 모택동이 '왜 하필이면 당신이 미국 공화당 정권과 수교를 하느냐' 그러니까 모택동이 '민주당은 왔다 갔다 해서 믿을 수가 없다. 공화당은 한번 결심하면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서 여태까지 대접만 받아오고 사회 현상에 대해 뭘 인식을 했느냐'고 하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인식을 한번 하면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자세를 봤을 때, 여러 상황이 있지만 내가 끝까지 옆에서 도와주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김 위원이 가진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함께 할 사람이 새누리당에서 얼마나 많이 나올까?
김종인 : 그런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풍토는 이렇다. 박근혜 위원장이 만약 대통령이 되면 그 사람 의지에 따라가는 습관을 갖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김종인 : 나보고 점쟁이 노릇 하라고? (웃음)
새누리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여전히 덤덤하면서도 격정적이었다. 처음 새누리당 비대위에 들어갔을 때 그는 당내 그는 새누리당의 정강 정책을 '국민과의 약속'으로 바꾸고 헌법의 경제 민주화 정신을 담았다. 그러나 1차 공천 결과를 본 뒤 "변화 의지가 안보인다"고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책 논의에 참여해 건강보험을 도입하는 '업적'을 남겼다. 87년 격동의 시기에 개헌 작업을 주도하며 새누리당 보수 인사들까지 금과옥조로 여기는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 이른바 '김종인 조항'을 만들었다.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으로 공직 생활의 길을 열었고, 제 11대, 12대, 14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 보건사회부 장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지만, 한국 정치 지형에서는 야권 성향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김 위원은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통해 "새누리당 정강 정책에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기는 했는데, 나는 별로 대단한 것이라 보지 않는다. 헌법에 나와 있는 걸 새누리당이 정강 정책에 받아들인 것 뿐"이라며 "내가 비대위에서 요구한 것이 의회에 들어갈 인물이 이런 것을 뒷받침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물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은 일단 회의적이었다. 그는 "공천 과정을 보면, 지금 새누리당이 공천 신청을 한 사람 중 정강 정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본다. 그런 것 관계없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공천 등을 통해 김 위원의 지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김 위원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는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 한 가지 장점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 기존 경제 세력과 아무런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이다. 본인이 이익집단으로부터도 굉장히 독립적이다. 대통령으로 의지가 확실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인력을 확보하면 5년 동안 뭘 해놓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 가능성이 보이니까 옆에서 대선까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기대만큼 실제로 대통령이 됐을 때 재벌, 대기업 개혁을 포함해 '민주적 경제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김 위원을 만나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새누리당의 좌표를 짚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김종인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
"정강 정책 바꿨는데, 그걸 실천할 인물이 있느냐"
프레시안 : 비대위 활동이 석달째 들었는데, 소신에 차서 활동하는 것 같다.
김종인 : 소신이라기보다 사실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완전히 무너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내부 사람들로 만든 것도 아니고 외부 사람을 동원해 쇄신하겠다고 나를 불러온 것이지 않나. 집이 흔들흔들 하니까 집을 고쳐달라고 목수한테 맡겼으면, 그 목수가 기둥도 빼고 벽도 털고 하는 게 통상적인 일 아닌가. (비대위를) 안 했으면 모르지만 기왕 했으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지 않나. 특별히 개인적 목적이 있어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안 다 떠나 2010년 지자체 선거 결과, 그리고 지난번 자신들 텃밭이라는 분당 선거 결과,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결과,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 그것을 보면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식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종전의 사고방식으로는 쇄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쇄신을 해달라는 원래 취지에 따라 얘기를 하다 보니 그런 얘기를(실세 용퇴론, 재벌 개혁 등 소신 발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막상 가서 해보려고 하니까 너무 저항이 많은데, 그 정도의 저항에 겁을 내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는 거다.
프레시안 : 저항이 많은 것 같다.
김종인 : 정치에서 자기 이해관계에 반하면 반발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모르고 가서 하려고 했겠나. 감수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래서 두 달 이상 쇄신 작업을 했다. 어떤가. 한나라당이 바뀌었다고 판단하나?
김종인 : 정강 정책을 바꿨으니 새누리당이 지향할 방향은 큰 틀에서 바꿔준 거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이행할 것이냐, 그것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하느냐 못하느냐, 거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를 정강정책에 넣었는데 '실제로 그것을 추진할 세력이 있느냐, 추진할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 그냥 겉포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김종인 : 사실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고 정강정책을 바꾸기는 했는데, 나는 별로 대단한 것이라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에 나와 있는 걸 정강정책에 받아들인 것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엄청난 변신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안 할 수가 없는 게 지금 상황이다. '1%대 99%'라는 게 화두다. 우리나라 정부 통계를 봐도 45%가 나는 하층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나온 수치다. 58%나 되는 사람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우 그에 대한 인식만큼은 본인 스스로 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생각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새누리당에 어느 정도 포진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비대위에서 요구한 것이, 의회에 들어갈 인물이 그런 것을 뒷받침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공천하는 과정에서 그런 면을 참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천 과정을 보면, 지금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한 사람 중 정강 정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따졌을 때, 저는 회의적이라고 본다. 그런 것 관계없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지역구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는 본래 그런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일단 박근혜 위원장 말대로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런 점을 배려해서 배치하겠다고 했으니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대위 하면서 (박 위원장에게) 충분히 말을 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위원장 본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비대위에 뭔가 역할을 더 부여해 공천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김종인 :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공심위는 당헌 당규를 따져 자기들 권한을 만들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 같다. 내가 첫 번째 공천 발표하는 날, '공천을 정치적 감각 없이 그렇게 하면 되느냐'고 했는데 그게 묵살되니까 더 이상 얘기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지역구 공천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비대위가 관여를 안 하고 있다.
"대기업, 국회의원은 손아귀에 있다며 웃는다. 그 웃음 오래 갈까?"
▲ "재벌, 기업도 정부가 노력하면 따라갈 생각을 해야 한다. 저항해서 정치권이나 정부가 그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게 된다고 치자. 종국에 가서 지나치게 부가 편중돼 '나는 하층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들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지 않겠나." ⓒ프레시안(최형락) |
김종인 : 일부 듣는 바에 의하면 대기업에 소속돼 있는 간부급 사람들이 '국회의원은 다 우리 손아귀에 있으니 경제 민주화라고 해도 염려하지 않는다'고 한다더라. 사실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얘기는 지금 안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큰 경제 세력들 역시 자기들도 대한민국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들도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노력하면 따라갈 생각을 해야 한다. 저항해서 정치권이나 정부가 그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게 된다고 치자. 종국에 가서 지나치게 부가 편중돼 '나는 하층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들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지 않겠나.
프레시안 : 이른바 혁명에 대한 시도 내지는 사회적 혼란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김종인 : 1960년부터 지금까지 딱 50년을 보자. 반으로 나누면 압축 성장 기간이 25년이다. 그 사이에 경제 사회 모순이 많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재벌, 경제 세력이라는 것이 형성됐다. 그래도 국민 의식이 변해서 국민의 힘으로 87년에 정치 민주화를 이뤘다. 정치 민주화를 이룬 지 만 25년 째 되는 해가 올해다. 정치 민주화는 됐지만 과거 압축 성장 때 발생한 모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기존 정당에 불신을 표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아닌가. 무소속 박원순 시장이 두 당을 다 물리치고 시장이 된 것 아닌가. 정당이 못하면 국민이 판단하게 된다. 대표적인게 일본의 지난번 총선거 때다. 50년 집권한 자민당을 국민이 완전히 묵사발 만드는 총선 결과가 나온 것과 같은 식의 결과가 우리에게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정치권이 갈등 조정 능력을 얘기하기 전에 갈등을 예방해야 할 것 같다.
김종인 : 사회가 혼란과 갈등 구조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결국 경제 효율도 없어지고 사회 안정도 못시키는 꼴이 반복된다. 그러면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성취한 것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프레시안 : 결국 경제민주화는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일 일 텐데.
김종인 : 그렇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민주공화국이라는 말만 가지고는 민주주의가 안 되니까 삼권분립도 나오고 기본권 문제도 나오고 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119조 1항이 있는데 2항이 왜 필요하느냐고 하는데, 1항과 2항은 각각의 항이 아니라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헌법 제119조 제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편집자주) 시장이라는 것도 어떤 틀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또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 경제 문제가 많다. 그런 것은 국가가 해결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요새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들이 신문에 칼럼 쓰는 것을 보면 '헌법 35조 등(헌법 제31~35조는 교육, 노동, 복지, 주거, 환경 등의 국민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편집자주)을 갖다가 적용하면 다 할 수 있는데 왜 경제 조항이 따로 있느냐'고 하더라. 또 국가 위기라고 생각되면 얼마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단 본질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헌법 제 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편집자주) 그러면 법률적 논쟁이 생긴다. 그것을 모르고 119조를 만든 게 아니다. 논쟁이 생기면 결국 힘 있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지금 언론 역시 광고 때문에 재벌의 이익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법률 시장도 그 사람들 쪽에 서야 돈벌이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지성 엘리트도 그런 세력의 영향 하에 있다. 그러면 최종 심판하는 헌법재판관들, 그 보수적인 사람들이 어느 쪽으로 가겠나. 그런 논쟁을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 119조 2항을 명문화해서 집어넣은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할 적에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될 사람이면 헌법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나. 그런 내용을 새로운 정강정책에 반영을 한 것인데,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을 집어넣는다고. 과거 관행으로 보면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대단한 것으로 느낄 필요가 없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어떻게 과거 관행을 견제해서 시행해나갈 것이냐의 문제인 것 같다. 실제로 흔히 재벌 개혁이라고 말하는데,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김종인 : 재벌 문제만 다뤄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해야 할 제도적인 조치가 많다. 그것은 정치하는 사람들, 앞으로 대한민국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과제다. 그것을 모른다면 진짜 한심한 거지.
프레시안 : 출총제, 순환출자금지 등도 큰 효과가 없었다. 제도 변혁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이 있나?
김종인 : 내가 구체적인 얘기를 안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과연 실현할지 안할지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런 얘기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대선으로 들어갈 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그런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 내 얘기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해줄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꺼내놓을 때는 아니다?
김종인 : 그렇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말이야, 언론에 칼럼 쓰는 사람을 보면 그게 실체가 뭔지 모르고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더라.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일찍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싫다.
프레시안 : 민주통합당은, 용어를 철회했지만, 재벌세를 얘기하기도 했다.
김종인 : 민주당은 재벌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있는 건데, 경제 민주화는 경제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전체를 지배하는 그런 상황이 되면 안 된다. 경제 민주화가 특별히 재벌을 잡는 것이라고 착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더듬어보면, 소득 분배가 가장 적정했다고 보는 시대가 어느 시대일 것 같나.
수치적으로 봤을 때 88년부터 92년까지가 가장 적절한 때였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88년 2700불에서 시작해 92년 말에 7200불이 넘었다. 125% 가까이 증가했다. 그 때 가계 저축율을 보면 소득 분배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나타난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낀다는 사람이 많았었다. 그 이후부터는 악화되기 시작하는데, IMF 사태를 만나게 되면서 (정치인들이) 겁에 질리니까, 근본적인 사회 제도를 재편하기보다는 빨리 위기를 넘기자는 생각으로 왔다. 그러다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을 한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 하에서 부의 간격이 더 벌어져버렸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줄 알았는데, 이 정권 와서 더 심화된 현상을 보이니 일반 국민들은 반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반발하는 것과 지금 일반 국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공천 문제로 왈가왈부되고, '공천이 잘 됐나, 안 됐나'에 따라 선거 판도가 결정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가 볼 땐 절대 그게 아니다.
▲ "노동 문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있나. 지금 노동 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50%가 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비정규직이 60%, 70%로 갈 것이다. 비정규직이 특이한 게 아니라 정규직이 특이한 족속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기업 노조 얘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
"대기업 문제만? 노동 문제도 나올 것…기업별 노조 개혁해야"
프레시안 : 총선에서 복지, 대기업 개혁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는데, 현재까지만 봤을 때,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들, 이를테면 노동 분야에 대한 얘기는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김종인 : 그것은 나중에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 문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있나. 지금 노동 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50%가 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비정규직이 60%, 70%로 갈 것이다. 비정규직이 특이한 게 아니라 정규직이 특이한 족속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기업 노조 얘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기업 노조 형태다. 원래 1980년 입법의회 시절 노동조합법 개정을 할 적에 기업 노조가 생긴 것인데, 나는 당시 기업 노조를 절대 반대했던 사람이다. 오늘날 독일의 노동조합법이 근대 산업사회에 맞게 된 이유는 1949년 나라(서독)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노동조합법 관련 독소 조항을 다 없애버렸다. 또 노조 형태 자체를 코오퍼레이션 시스템(Cooperation system, 협력적 시스템)으로 하지 않으면 자기 권익을 증진시킬 수 없게 돼 있다. 영국식 노동조합인 콘플릭트 시스템(Conflict system, 대결적 시스템)으로 (노동자가) 권익을 쟁취하는 형식이 아니다. 영국의 노동운동사라는 것은 '피의 투쟁'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의 노조 형태가 됐고, 독일은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협조적인 노사관계가 된 것이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김종인 : 우리나라는 1953년 노동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 산업이 없고 그런 법도 필요 없을 때였다. 나라가 생겼으니까, 그런 법이 있어야 했고, 그래서 이상적으로 짜 맞춰놓은 게 노동기본법이 됐다. 이후 70년대 들어와 3차 경제개발이 시작됐을 때부터 절대 빈곤이 해결되고 노동자의 의식이 깨면서 전태일 같은 인물이 나왔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요구했던 게 뭐냐. 노동법대로 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노동법대로 할 것 같으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가 노동법대로 해달라고 투쟁하는 노동자를 오히려 탄압하게 된 것이다.
나는 1975년 하반기부터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에서 노동법 개정 작업을 시도했으나, 정부 측에 참여한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 중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후 79년 초 독일에 체류하던 중 방학을 이용해 잠시 귀국했을 때 YH 사건(1979년 8월 YH무역 회사 노동자들이 부당 폐업에 항의하고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인 사건. 박정희 정부의 몰락을 촉진시키는 계기 중 하나가 됐다.-편집자주)이 발생했었다. 결국 노동 문제가 터져버린 것이다.
이후 80년 5.18이 난 뒤에 내가 세금 관련 일 때문에 국보위에 들어갔었다. 내가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금년은 어차피 경제 성장은 어려우니 경제에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더니, 보고후 나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매우 언짢았던 모양이었다. 그 후 일주일 쯤 지나 나에 대한 재점검을 했는지, 갑작스럽게 노사 안정을 위한 작업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보고를 했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 '근대 사회에서 기업 내에 노조 지부나 노조를 둔다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형태다. 전근대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노조는 노조대로 사회적 기능을 하게 만들어주고, 그래서 노조 활동을 통해 사회에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기업에서는 노조지부나 그런 게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생산하는 곳이다. 생산시설 보호를 위해서도 기업 내에서 파업을 하거나 그러면 염려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주무 장관에게 설명하고 그대로 법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왜 안 됐나?
김종인 : 당시 전경련 정주영 회장이 노동청하고 말을 딱 맞춰서 기업 노조를 해달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옥신각신하다가 총리실로 갔는데, 당시 총리가 '노동청 입장대로 안 해주면 사표를 내니 어쩌느니 한다'고 해서 정주영 회장 손을 들어줬고, 결국 기업 노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 내가 정주영 회장에게 그랬다. '정 회장이 기업 노조를 주장한 원래 목적을 내가 다 알아요. 기업에 노조를 두면 오너가 기업노조 같으면 적당히 요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아니요. 기업 노조 만들어주면 기업 노조를 회장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근로자 숫자가 기업 내부에 많아지고 정치가 민주화되면 회장님 뜻대로 절대 못 합니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이겼다. 우리나라는 당시 재벌 총수가 뭐라고 하면 정부 사람들은 '그 사람 말이 맞다'고 했으니까.
프레시안 : 요즘엔 기업 노조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많다.
김종인 : 오늘날 기업 노조를 해서 현대차니, 현대중공업이 고통을 많이 겪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로 갈렸다. 정규직 노조와 기업만 '짝짜꿍'하면 정규직만 대우해주고 비정규직은 적당히 해버리지 않나.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이런 것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데, 노동시장 문제는 당연히 거론될 수밖에 없다.
"교육·보육은 복지 아니고 국가 제 1과제…복지 포퓰리즘? 이해 안가"
▲ "남쪽 사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파열음을 자꾸 내게 되면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에도 적지 않은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하든 해소를 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종인 : 홍종학 교수하고 세금혁명당 선대인 씨가 재벌 문제를 얘기하는데, 나는 구체적으로 할 말이 많지만 얘기를 안 했지요. 한국 사회가 최근 이상하게 변질이 돼서 그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근본적으로 시정을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답답한 현상인데, 다음 대통령 될 사람이 그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사회 문제도 그렇지만 경제도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렵다. 경제는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커질 필요는 없다. 다만 정부가 강해야 한다. 경제 세력이나 이익집단보다 상위에 있는 정부가 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와 다른 게 있다. 남북이 갈라져 있다는 점이다. 남쪽 사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파열음을 자꾸 내게 되면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에도 적지 않은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하든 해소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장 강한 경제 세력들은 우리가 이런 얘기 하는 것을 들으면 웃는다. '잘들 해봐라' 하면서 웃지만, 까딱하면 그 사람들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는 사태가 올 것이라는 점도 생각을 해야 한다. 최근 <조선일보>가 자본주의 4.0을 다뤘는데, 돈 벌어서 나중에 기부 조금 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판 의식도 점점 없어져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프레시안 : 다시 우리나라 정치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복지 문제가 화두다. 복지 역시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인데, 벌써 '복지 포퓰리즘' 등으로 시끄럽다.
김종인 : 우리 사회에서 적절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 정당은 현실을 추구해야지 이상을 내걸면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새누리당의 정강 정책도 기본적으로 헌법 정신을 이어 받아서 만든 것이다. 복지라는 것은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의 역동적인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복지를 저버릴 수 없다. 그렇다고 복지만 강조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경제와 복지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정당이 포퓰리즘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지났다. 50년대, 60년대나 할 얘기지. 사회가 깨질 위기에 있으니까 다소 돈을 들여서라도 해소를 해야지. 그런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내는데,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프레시안 : 복지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김종인 : 복지의 개념부터 제대로 정의하고 세분화해야 한다. 원래 전통적 의미의 복지는, 소득이 중단된 사람들에게 소득을 이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소득이 중단될 수 있는 경우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질병이 오면 중단된다. 늙으면 노동력이 없어서 중단되고, 경제 상황이 변해 실업자가 되면 소득이 중단된다. 그러면 생존을 유지시켜야 하니까 그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회에 혼란이 나타난다. 나아가 사회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 그래서 소득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위해 복지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원래 고유의 과제로 해야 할 것을 다 '복지'라고 하는 것 같다. 교육은 복지 이전에 원래 정부가 하는 과제다. 그런 것까지 포함하니 복지 비용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보육 문제가 나오는데, 이것이 복지라고 생각하면 절대 해결 못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인구의 급격한 변화인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 못하면 인구가 줄고 시장 규모가 줄고 노동력이 줄어든다. 그러면 모든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게 돼 있다. 연금도 그렇고 건강보험도 작동 못한다. 그런 문제를 복지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교육, 보육은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 중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로 여겨야 한다. 그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빚을 내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혼란스럽게 얘기가 전개된다. 복지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시키니 돈이 많이 들어가고 '포퓰리즘이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그런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그런 우스꽝스러운 일은 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복지든 국가 역할 증대든, 증세 얘기가 많이 나온다.
김종인 : 복지 때문에 증세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통령도 어디에서 들었는지, 0세부터 5세까지 보육은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다. 그것을 '복지'라는 카테고리에 넣지 말라는 것이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것일 뿐 아니라 경제 정책의 1번 과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연금 기금이 있다. 연기금을 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높이느니 하는 것보다, 연금을 계속 불입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게 맞다. 그러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돈을 빌려서라도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95년도 정도부터 시작했어야 하는데, 아직도 인식이 그렇게 돼 있지 않다는 게 큰 문제다.
프레시안 :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갑자기 시행하려면 재원이 만만치 않게 들 것 같다.
김종인 : 보육이라는 게 재원이 그렇게 엄청나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조세 부담률은 19% 약간 넘는데 어느 기간에는 21%가 넘었다. 그런데 감세 해가지고 19%로 떨어졌다. 조세 부담율 1%가 오르면 재원이 12조 가까이 늘어난다. 그 정도는 우리가 올릴 수 있다. 그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준도 아니다. 예산 구조 개혁도 중요하다. 정부에 없어져야 할 기능, 이런 것을 재조정하면 거기에서 상당 부분을 끌어올 수 있는데, 내가 대충 계산해도 10% 정도는 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326조가 금년 예산인데, 30조 이상 만들 수 있다. 그런 재원을 모집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것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못하게 할 것 같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얘기 아니냐. 나중에 가서 후회해 봐야 그 때는 소용이 없다.
▲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 한 가지 장점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 기존 경제 세력과 아무런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이다. 본인이 이익집단으로부터도 굉장히 독립적이다. 대통령으로 의지가 확실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인력을 확보하면 5년 동안 뭘 해놓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정리하면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고, 그게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재벌 개혁만이 문제가 아니다. 노동문제, 남북한 문제까지 아우르는 과제여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과제를 꺼내놓기에는 이르다. 이것인가?
김종인 : 그렇다. 그런데 내가 과거에도 여러 번 이렇게 저렇게 얘기했던 사항인데, 수용 태세가 돼야 얘기도 하는 것이지, 수용 태세가 안 됐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박근혜 위원장을 비교적 최근에 자주 만나는 상황인데, 비교적 그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 나름대로 아주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 한 가지 장점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 기존 경제 세력과 아무런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이다. 본인이 이익집단으로부터도 굉장히 독립적이다. 대통령으로 의지가 확실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인력을 확보하면 5년 동안 뭘 해놓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가서 일을 해줄 필요가 없지 않나. 그 가능성이 보이니까 옆에서 서포트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이 정도 사람이 되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 동안 오래 접촉을 하면서 얘기를 했고, 상당한 인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인 것이다.
프레시안 :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이 문제를 김 위원에게 진두지휘를 해달라고 한다면?
김종인 : 진두지휘는 무슨, 나는 감투 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프레시안 : 박근혜 위원장은 재벌과의 관계에 있어서 깨끗하다고 했지만, 역대 대통령을 보면 처음엔 그랬는지 몰라도 집권 후에는 다들 재벌, 대기업들의 유혹에 빠졌다.
김종인 : 내가 과거 대통령들의 잘못된 경험을 다 알기 때문에 (박근혜 위원장은)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을 안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과 된 후에 마인드가 싹 바뀐 사람들이다.
프레시안 : 한미FTA는 어떻게 보나?
김종인 : 과연 우리가 한미FTA를 별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는 단계에서 한미FTA를 추진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국제적인 추세에서 자유무역 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여러 경제, 사회 상황이 그것을 무리 없이 수용할 단계가 되나? 처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준비 없이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얘기를 해야지. 준비 없이 했는데 인준할 때 되니 머뭇머뭇 했다. 그 때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얼마나 한미FTA 광고를 하고 다니고 해야 한다고 떠들어댔나.
프레시안 :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판단하나. 야당은 폐기 내지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 폐기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제간 협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에 '반미면 어떻냐'는 얘기도 했지만, 이후에 태도가 달라져 버리는데 어떻게 하나. 괜히 민심 때문에 한미FTA 가지고 야당이 떠드는데, 막상 집권을 하게 되면...
프레시안 : 집권 당시 보여줬던 그런 점들에 있어서 현재 야당에 실망을 한 것인가?
▲ "열린우리당 주류 386이 전경련을 찾아가던데, 나는 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의식을 갖고 정권을 잡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옛날에 모택동이 '왜 하필이면 당신이 미국 공화당 정권과 수교를 하느냐' 그러니까 모택동이 '민주당은 왔다 갔다 해서 믿을 수가 없다. 공화당은 한번 결심하면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서 여태까지 대접만 받아오고 사회 현상에 대해 뭘 인식을 했느냐'고 하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인식을 한번 하면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자세를 봤을 때, 여러 상황이 있지만 내가 끝까지 옆에서 도와주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김 위원이 가진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함께 할 사람이 새누리당에서 얼마나 많이 나올까?
김종인 : 그런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풍토는 이렇다. 박근혜 위원장이 만약 대통령이 되면 그 사람 의지에 따라가는 습관을 갖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김종인 : 나보고 점쟁이 노릇 하라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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