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인프라ㆍ제조ㆍ농업분야 유망…자원 많고 인건비 싸 투자처로 매력적
“아프리카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뉴 프런티어이자 최후의 미개척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이 인프라ㆍ제조업ㆍ농업 분야에 적극 투자하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21일 블랙 아프리카의 대국(大國)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총리실에서 만난 멜레스 제나위 총리(56ㆍ사진)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이야기다.
1991년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공산정권을 축출한 후 20년가량 국정을 이끌고 있는 제나위 총리의 최대 관심사는 이처럼 에티오피아 산업화와 경제 개발이다.
한반도의 5배에 달하는 국토에 블랙 아프리카 국가 중 나이지리아(1억4000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8524만명)가 많은 에티오피아. 1960년대에는 한국보다 훨씬 부유했지만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 401달러의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경제부국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에티오피아의 벤치마킹 대상은 바로 한국이다.
제나위 총리는 새로운 꽃(New Flower)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아디스아바바처럼 에티오피아 경제가 새롭게 꽃을 피우려면 한국식 경제개발 모델을 전수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제나위 총리가 고 박정희 대통령의 회고록을 토대로 논문을 작성해 각료들에게 돌려 읽게 한 것도 최빈국에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 배우기의 일환이다.
▲에티오피아와의 어제 오늘. (좌)에티오피아 셀라시에 1세 방한. 1968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은 셀라시에 1세를 맞아 6.25전쟁 때 황제가 유엔군의 일원으로 에티오피아 군대를 파병한데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명하였다. ⓒ 정부기록사진집 (우)2011년 1월 에티오피아 함보데에서 경상북도 새마을봉사단과 현지 주민들이 함께 농토를 만들기 위한 수로파기 작업이 한창이다. ⓒ 경북도청
다음은 제나위 총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리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한국 등 전 세계 많은 국가ㆍ기업들이 아프리카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글로벌 유동성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아프리카가 제공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에는 엄청난 저축금이 쌓여 있고 아프리카에는 아직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존재한다. 아시아 지역의 풍부한 저축금은 아프리카에서 수익성 높은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한다.
둘째, 아시아 국가들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아시아에 비해 산업화가 늦었던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도 급속한 산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인건비 부담이 치솟고 있다. 중국 근로자 인건비도 큰 폭 상승하고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아프리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자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풍부한 광물자원이 묻혀 있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새로운 투자를 위한 뉴 프런티어이자 유일한 미개척시장이다. 아프리카에서 미래를 본 중국ㆍ인도 기업들은 이미 상당 규모 자금을 아프리카에 투자했고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1960년대 한국은 다른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가난했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매진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은 최빈국에서 부자국가로 성장한 가장 최근 사례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한국이 저개발국에서 첨단기술을 확보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면 다른 국가도 한국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 경제성장에 필요한 것은 바로 한국의 경험과 경제개발모델이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일궈냈던 경제 패러다임을 아프리카에도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때 한국은 아프리카가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새로운 경제개발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또 많은 젊은 한국인들이 아프리카를 찾아 아프리카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바란다.”
-한국과 협력할 최우선 분야는.
“에티오피아의 기본적인 경제개발전략은 바로 수출진흥이다. 수입대체가 가능한 산업 분야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비료제품 수입대체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시멘트, 철강, 식용유 등 농업 프로세싱 제품 등이 수입대체 프로그램 대상이다. 한국의 경제개발모델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이 인프라스트럭처다.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세계은행은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 부족 규모가 매년 900억달러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발전소 등 인프라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관심 분야가 있다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분야 투자도 필요하다. 제조업 기반이 앞으로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믿는다. 신발ㆍ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한국 기업들이 이제부터라도 아프리카로 공장을 이전해 아프리카 산업화 기반을 닦아 주기 바란다. 또 삼성전자와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고 광물자원 투자 가능성을 놓고 포스코와 접촉하고 있다. 일부 에티오피아 기업들은 자동차 조립공장 건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들이 에티오피아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