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 리더십, 박정희대통령를 배워라

여동활 2010. 9. 13. 18:20

[사설] 과학 리더십, 박정희를 배워라

2010.09.13 14:50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는 1965년 미국 방문 때 린드 존슨 대통령에게 과학기술연구소 설립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보상이 명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요구는 존슨 대통령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원자력연구소장을 지낸 고 최형섭 박사에게 새로 세워질 연구소의 연구진을 최고의 두뇌로 채워줄 것을 당부했다. 최 박사는 외국에서 공부하던 젊은 과학자들을 설득해 귀국시킨다.

그렇게 해서 66년 만들어진 것이 국내 최초의 정부출연연구소이면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출발점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현 한국과학기술원)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과학자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의 세 배 수준의 월급을 주며 최고의 대우를 했다. 과학자들은 그 시절을 ‘황금시대’로 기억한다. 박 전 대통령은 67년 과학기술처를 만들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때였지만 40~50년 후 국가의 미래를 과학기술에서 찾기 위한 투자였다.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참고)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임기 중 과학기술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벤처강국을 내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초 과학기술 인력 배양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박 전 대통령이 시작한 과학투자는 결실을 봤다. 과학기술처가 생긴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는 34조5000억원(2008년, 정부·민간부문 합)으로 48억원이던 초창기의 7187배다.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한 조선, 휴대전화, 모바일·인터넷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업종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과학의 앞날이 밝은 건 아니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이공계 전공을 기피하고 있고 과학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내세워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에 통합한 뒤 과학계는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중성자 가속기 건설을 중심으로 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프로젝트는 무관심 속에 표류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사무관의 눈치를 보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지난 주말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장관급 상설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을 합의했다. 직원 150명 규모의 독립된 행정부처 성격의 기구를 만들어 과학정책과 예산을 편성 집행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상설기구가 만들어져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과학계는 과학기술부가 부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번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새로운 상설기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시해야 할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미래를 보는 과학정책을 구축하는 것이다.

윤종용(66)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최근 “지난 50년이 ‘모방형 성장’이었다면 현 정부는 향후 50년을 ‘창조형 성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했다. 치열한 국제 경쟁 시대에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과학기술뿐이다. 판을 다시 짤 거면 윤 회장의 말대로 50년 후를 내다보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