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덥석 잡은 은혜의 손,,,,,,, 진정한 국모의 손

여동활 2009. 8. 13. 18:47

덥석 잡은 은혜의 손
-감격한 나환자들, 잡은 손 놓을줄 몰라.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이것은 지난 날 나환자였던 시인 한하운 씨의 시의 한 구절이다.

나환자들의 처지가 얼마나 서럽고 괴로웠으면 이토록 애달픈 표현을 했을까?
누구나 꺼리고 손가락질하는 문둥병 환자들을 영부인 육여사님은
가까운 이웃과 같이 대하셨고 그들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워 주시며 자립정신을 일깨우셧다.

72년 9월6일, 예고없이 전북 익산군에 잇는 상지원을 찾으셨을 때였다.
"벌써부터 여러분을 만나 보고 싶었지만
이 일, 저 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이렇게 늦었군요."
애써 감추려는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시며 첫 인사 말씀을 하시자
"설마하니 이런 문둥이 부락까지 친히 찾으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모여든 주민들은 하나같이 감격해 하며 덥석 잡으신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상지원 부락을 이곳 저곳 둘러보시던 육여사님께서는


돼지우리 위에 널려있는 잎담배에 시선을 주시며

'돼지가 자라는데 지장이 없는지'
'잎담배 말리기는 매우 큰 정성이 필요하다'
는 등의 당부까지 하셨다.


이렇게 나환자들을 만나고 청와대로 돌아오시면 대통령께서도
육여사님의 손을 다시 한번 꼬옥 잡아 주시며 흐뭇해 하셨다.
그들은 지금 마을 중앙에 추모비까지 세워 높은 뜻을 기리고 있다.

상지원뿐만 아니라 평소 즐겨 찾으시던 안양 교외의 성나자로원, 경기도 용인 동진원 등
전국 87여곳의 나환자촌을 골고루 보살피시며
때로는 돼지종자를 보내 주시기도 하고, 주택, 목욕탕, 이발소를 세워 주시기도 했다.


나환자가 앉았던 자리, 만졌던 물건조차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던 이웃 주민들도
육여사님이 다녀가시고 나면 인식이 달라졌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손길이 닿지 않은 어둡고 먼 곳,
그리고 그늘진 곳을 마다 않고 애써 찾아 주시는 육여사님의 알뜰하신 온정에
깊이 감동한 까닭이다.
"또 오셔요!"
"또 오셔요!"
방문을 끝내고 돌아서시는 육여사님을 못내 안타까와 하며
자동차가 까맣게 사라질 때까지 전송하던 나환자들은
지금도 육여사님의 자상하신 손길을 잊지 못해 천리 길도 멀다 않고
동작동 유택을 찾아와 눈시울을 적시며 육여사님을 찾고 있다.

(소년서울 75.8.31)


나환자촌 방문(1970년 6월 17일, 금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