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임시행정수도 건설은 다른 개념이다. ‘임시’자가 붙어 있다. 통일된 뒤 수도를 다시 서울로 옮긴다는 구상이었다. 행정도시를 꼭 만들어야겠다면 그때처럼 ‘임시’라는 단서라도 달았으면 좋겠다. 전후 일본은 수도를 옮기려 했다가 전부 없던 것으로 했다. 우리보다 경험이 없어서 그렇게 했겠나. 공기업들을 여러 군데 흩뿌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일이 되겠는가. 박 전 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는 전쟁에 대비하려고 추진한 것이다. 그린벨트 역시 그런 측면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린벨트라는 거 있지’ 하며 지도에 스케치를 해서 주더라. 1주일 작업해 보고했더니 불광동 북쪽 기자촌과 북한산 계곡은 왜 뺐느냐며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나도 고집이 세서 거기를 포함시키지 않고 다시 보고했더니 박 전 대통령은 ‘아니야’ 하고 큰소리를 냈다. 북한과의 전쟁에서 밀렸을 때 계곡에 인민군 2개 사단을 유인해 놓고 북한산에서 (포격을) 때려야 하므로 시가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작전 개념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기자촌 일대는 현재 은평 뉴타운으로 조성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우리가 추진 중인 행정도시는 어떤가.
-지금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단지를 건설하고 있는데.
“그린벨트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관리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림을 그릴 때는 평면 확산을 막자는 도시정책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운동시설을 만든다거나 하면 좋겠는데 전부 아파트를 짓는다니 섭섭하다. 그린벨트를 철저히 관리한 박 전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줘야 한다. 군부대 초소 신설까지 대통령이 결재했다. 국방부 장관이 여러 차례 군에 맡겨 달라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군인들이 법이 뭔지 알아’ 하며 건설부를 통하라고 했다. 별을 단 장군들이 건설부 계장 옆에서 하소연하곤 했다. 여러 고위층이 혼났다. 그린벨트에 부모 묘를 썼다가 3일 만에 옮긴 장군도 있었다. 총리까지 지낸 분은 그린벨트 내 모친 묘 옆에 묻히길 원했으나 경기도지사가 삽질을 못 하게 막았다. 곳곳에서 풀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쳐 발인하는 날 새벽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겨우 허용한 예도 있다. 나무도 함부로 베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태릉골프장 옆에 멋있는 나무가 있었는데 없어졌다’며 챙겨 보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
-국토계획 전문가로서 대운하 구상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67년 국토계획과장 때 한 출입기자에게 3대 강, 그러니까 낙동강·한강·금강을 연결해 물을 주고받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1면의 절반을 채우더라. 큰 활자를 보고 덜컥 겁이 났다. 3일 후 청와대에 브리핑을 하러 들어갔는데 떨리더라. 박 전 대통령이 대뜸 ‘3대 강 연결한다며’라고 해서 ‘네, 각하’라고 했더니 ‘좋은 아이디어야. 발전시켜’라고 말해 오히려 놀랐다. 90년대 초반 경원대 대학원장 때 세종대 측에서 3대 강 연결 아이디어 강의를 해 달라고 해서 해 줬다. 그런데 거기서 대운하 구상이 나왔다. 대운하는 거기 아이디어다. 나는 물을 주고받는 체제를 생각한 것이다. 물을 주고받는 것은 토목공학적으로 어렵지 않고 지금도 해야 한다고 본다. 대운하는 좀 다르다. 만든다고 해도 누가 운하로 화물을 수송하겠나.”
(※대운하 구상은 95년 11월 주명건 세종대 이사장이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국토 계획을 맡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회고록을 쓰고 있다. 교수들은 행정 실무를 해 보지 않으니 국토개발이 어찌 이뤄지는지 잘 모른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갯벌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해 매립·간척을 마구 한 것이다. 도움이 될 만한 얘기들을 모아 후배들에게 알리고 싶다.”
김의원은
1931년생. 경북 선산 출신으로 건설부 국토계획과장·국토계획국장·도시국장·국토지리원장을 거쳐 81년 국토개발연구원장에 취임해 학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경원대 교수와 총장, 건설부 공무원 모임인 대한건설진흥회 회장을 역임했다. 일본 니혼대 공학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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