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임자 목숨이 대체 몇개야 ?"

여동활 2011. 7. 29. 19:35

임자 목숨이 대체 몇개야 ?"

 

 

맙소사 저양반이 지금 건너갈 배를 찾고 있구나...!

"이렇게 빨리 물이 찰줄은 몰랐어요.조금만 기다리면 구조대가 도착할 거예요."

 

그날 저녁 해거름이었다.장대비를 바라보며 호우주의보에 귀를 기울이던

영부인이 제2부속실 박시서관을 찾았다

 

 

"비가 저렇게 쏟아지면 피해를 입은 곳이 있을 텐데 어떻게 집계된게 있어요?"

박비서관이 자마마한 메모지를 들여다 보며 보고를 했다

 

"그렇잖아도 조금전 구조를 호소하는  이재민들의  내용이 올라왔었습니다."

영부인이 기다란 목을 빼고 상체를 뽑으며 쳐다봤다

"어디래요,그곳이 지금 어떡하고 있대요?"

"자세한 건 아직 파악이 안되고 있습니다만 잠원동 쪽에서 올라온 내용 같습니다."

"어떻게 지금 그곳에 가볼순 있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곧 날이 어두워질텐데 이빗속을 뚫고 저양반이 지금 어디를 가자는  말씀이신가? 

 

 

난처한 듯 쳐다보는박비서관을 무시한 영부인께서 메모지

한장에 뭔가 메모를 해서 내밀었다

"여기 적힌 것을 좀 준비해주시고 ...지프차가 좋겠죠 아무래도?"

이양반 오늘 무슨 일 내겠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한강을 도강하시겠다니....

 

 

그러나 어쩌랴 한번 마음먹어면 천하가 양분되어도 하고야 마는

성격인 것을 ,앞차량 윈도우 부라쉬가 숨가쁘게 움직였지만

라이트에  비힌 도로가   장대비에 파묻혀 한치 앞도 분간키  어려웠다 

 

 

박비서관은 필사의 운전력을 동원, 웅덩이 물에 미끄러지는 핸들을 죽기살기로 헤치며

제 1한강교를 건너 동작동 국립묘지까지 이러렀는데.....

 

 

국립묘지 정문앞 내리막길 도로는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한강인지 

더이상 강행군을 할수가 없었다  여기서 잠원동으로 가자면 천상 뱃길을

 이용할수 밖에 없엇는데  넘쳐나는 물살을 보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설마 물살을 헤치고 배를 띄우자고 하지는 않겠지 ...

차라리 느긋해진 박비서관이 슬쩍 영부인을  훔쳐봤는데 영부인은

사방을 탐색하며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맙소사 저양반이 지금 건너갈 배를 찾고 있구나...!

 

아득한 현기증을 느낀 박비서관이  자신의 제삿날이 오늘임을 

열심히 암송하며  아침 출근때 유서한장남기지 못하고 온 자신을

한탄하고 있던 그 시각 ,저만치서 역시 박비서관같이  일진이 안좋은  

또 한사람의 뱃사공이 영부인의 시야에 잡히고 말았다.

 

 ―遺芳千秋

 

물결에 출렁대는 나룻배를  강둑 언저리에 비끌어 매고 있던

뱃사공에게 영부인이 애원하듯 간청했다

 

 

"사례는 얼마든지 하겠어요 잠원동까지만 좀 태워 주세요 "

빗발치는 어둠 속에서 상대가 영부인인지 잠원동 박달이 엄만지

알턱이 없는 뱃사공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아니 미쳤느교 ?

 저 물살이 안보이요?"

 

 

무례하기 짝이 없는 뱃사공의 경상도 사투리 언어구사에 

 박비서관이 본능적으로 나서려는데  영부인이

손으로 가로 막으며 다시한번 뱃사공에게 매달렸다

 

 

"그러지 마시고 좀 도와 주세요. 사례는 달라는대로 다 드리겠어요"

영부인으로  들어가 이처럼 누구에세 사정해보기는 처음인데 

그걸 알리 없는 뱃사공이 와락 신경질을 내며 고함을 쳤다

 

 

." 아,죽을라카마 당신혼자 죽어요. 왜 남까지 물귀신 만들라 카능교"

보다 못한 박비서관이 영부인을 제치고  신분을 까발렸다

"이거봐요,말조심해요 이분 청와대 영부인 육여사님이십니다."

 

 

(어느 마을에서 어느 **을 보고 눈물짓는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육영수여사)

 

흠칫 일손을 멈추고 뚫어져라 쳐다보던 뱃사공이 넙죽 허리를 굽혔다

"아, 아이고 그라고 보이...이게 누구십니껴?"

 

 

영부인이 뱃사공의 두 손을 잡고  허리를 낮추며 눈높이를 조정하며

사정을 얘기했다.

 

 

"지금 잠원동 저쪽에 물에 갇혀 수백명이 생사를 헤매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라도 가서 그들을 도울려는 거예요. 어렵겠지만 좀 도와 주세요."

 

 

60만대군의 통수권자이시고 막강 청와대각하의 마나님께서 

이토록 간절하게 애원하는데  그마저도 안들어준다면 대한민국 백성이 아니다.

 

 

"진작에 말씀하셨다면 무례한 언사를  쓰지 않았을 것을 몰라 뵈어서

그랫습니다. 용서해주시시요, 영부인님"   

 

 

말투부터 달라진 뱃사공의 화답으로 영부인의 얼굴에 화기가 돌았다.

"그럼 도와  주시는거죠?"

 

 

뱃사공의 얼굴이 임전태세로 돌입한 용사처럼 굳은 의지를 나타내며

반짝 거렸다

 

 

" 이 빗길을 마다않고 영부인께서 달려 오셨는데 제가

어찌 목숨을 구걸 하겠습니까?

 

 

오르십시요 제가 힘껏 모시겟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영부인께서야  출렁대는 나룻배에

오르는 발길이 가벼울지 모르나 

 유서를 걱정하는 박비서관의 발길은 천그만근, 포항제철 쇳물 솥단지 같았는데.....

 

 

쏟아지는 빗발에 고양이 눈알만한  손전등하나로  앞을 비추며 파도를 

 파도를 헤치고  한강을 거슬러 잠실쪽을 방향을 잡아 굼벵이 속도로 

도강을 시도하자니 배가 요동을 치고 파도에 떠밀려 생사의

기로가 코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임전태세에 돌입한 뱃사공의 하고야 말겠다는 신념에 의해서인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용케  목적지인  잠원동  뻘밭 대지위에 발을

 디디게 되면서  박비서관의 왈랑거리는 콩팥이 잠시 휴식에 들어 갔는데

약속대로  사례를 해서 보내려는 영부인에게 이번에 뱃사공이 떼를 쓴다

 

 

"사례를 받자고 한일이 아닙니다.가실때도 제가 모시겠으니

안심하고 다녀 오십시요."

세상은 이래서 아름다운것....비록 나뭇가지와 쓰레기들이 떠있는

흙탕물에 발을 흠뻑 적시며 고무신이 벗겨져도  영부인의 가슴은

따듯한 훈기를 머금고 마냥 기분이 좋았다.

 

 

흙탕물에 젖은 영부인의 치맛자락이 안쓰러워 몇번이나 구두를 벗어

들었던  박비서관에도 빗속에 노를 잡고  만수의  풍랑을 가로막고 

있는 뱃사공의 훈기가 전해졌다.

 

 

 

 

 

굳이 설명이 없어도 교실안 사람들은  영부인의 도강행렬을 짐작하고 

할말을 잊은체 잠시 숙연해졌다

 

 

목숨을 걸고 수송해온 선물상자에서 쏟아져 나온 빵과 라면을 받아든

아이들의 군침 삼키는 목젖소리가 우렁차게 교실안을 우렁차게

메우고 있을 즈음 피난민들은  자신들이 처한 다급한 상황을  망각한채

영부인 옆으로 몰려든채 얘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영부인과   입맞춰   언감생심 말장난 칠건가.

느긋하게 얘기 꽃을 피우는 영부인과 달리 그칠줄 모르고 쏟아지는

빗줄기와 더욱 거세지는  물살을 보고있는 박비서관은  똥줄이 타다 못해

오금이 저리고 있었다  

 

 

저 양반이 대체 뭘 믿고  저렇게 무사태평인가?...

천재지변이 대통령 마누라라고 피해갈 일이 있겠는가.

이젠 꼼짝없이 이곳에 갇혀 피난민들과 함께 그룹 다이빙을 하든가

공동 물귀신이 될 상황이라 애간장이 녹아더는데 사람들에 둘러 싸여

얘기 꽃을 피우느라  거의 한시간을 소비하신 영부인에게 

난민 A가 걱정스레 말햇다

 

 

" 여사님  늦기전에  가셔야 합니다.물살이 점점  더 불어 나고 있어요. "

현관 문틈으로 삐져 들어온 물길이 어느새 넓은 면적을 점령하고 있었다

"저야 간다지만 여러분은 어쪄죠?"  

 

 

하긴 그랬다 여기까지 와놓고  저렇게 물길이 교실 안까지 들어와 

 사망 일보직전의  사람들을 나몰라라 오면한 채 혼자 달아날수는 없는 일 ...

 

 

그러게 애초에 오지 말았어야 할 길이었지만  이제와서 되돌릴수도

없는 일이라 ...."그렇다고 마냥 죽치고 앉아 있음 어떡해요 .영부인님."

 

 

간이 쫄고  오금이 타는 박비서관의 애간장과 전혀 관계 없이  

난민 B가  영부인이 빨리 가야 할  명분을 제시하며 박비서관의

소원을 풀어 주었다  

 

 

 

 

 

"여사님, 빨리  건너 가시어 구조대를 보내주셔야지  않겠습니까?"

백번 지당하고 논리에 전혀 하자가 없음인데  난민C가  예상치 못한

논리로 박비관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아무리 그렇지만 저 물살에 어떻게 가신단 말입니까?

아까 오실때보다 물살이 더 거세졋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기다렸다가 구조대가 오거든 빠져나가시란 

실로 다된 밥에 콧물 빠드리는

반대논리를 피력하니 이 일을 어쩔꼬.....

이제 남은 건 영부인의  용단뿐...

 

 

" 아니예요, 제가  가서 구조대를  빨리 보내는 것이 순서일 것 같아요"

-와이구 살았다 !

 

 

순전히 타의에 의해 생사 기로를 몇번이나 넘나들엇던  박비서관이

영부인의 마음이 행여 바뀔세라 쌍방울 요란하게 달려나가 뱃사공을

대기 시켰는데  걱정되는 난민들의 안내로 무사히 배에 오른 영부인이

막 출발하려는 순간 난민 아낙 하나가 영부인의 머리에 자신의

쉐타를 덮어 주었다

 

 

"뚜거운 옷이라 빗물이 바로 스며들진 않을 거예요  여사님 "

 

 

"고마와요. 곧바로 구조대를 보낼드릴테니 조금만 고생을 하세요"

 

 

저만치서  횃불을 흔들며 조금이라도 더 가시는 뱃길을 비쳐주려는

난민들으르 내내  쳐다보던 영부인은..그날 내내 죽다 살아난 무용담의

주인공이 되시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바다처럼 거대하게 춤추는 황토물결에 한조각 가랑잎같은 나룻배

뱃전 한귀퉁이를 부여잡고 몇번이나 나뒹굴며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

들었는데 ...반포동 나룻배에 닿아보니 무려 한시간을  물위에서 헤멘거 있지? 

 늦은시간 집에 ..청와대에 돌아와보니  남편되시는  현관에 비를 맞고 서계셨다.

 

 

"임자 .대체 이밤중에 어딜 다녀와?"

 

 

기다리던 사람이 늦어지면 걱정이  짜증으로 변하는 법,

그런데  영부인은 각하의 물음에 동문서답을 했다.

 

 

"우선 구조대부터 빨리 보내야 겠어요. 늦어면 다 죽어요"

그날밤 ...각하께서  영부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이렇게 말햇다

"임자 ,임자 목숨은 대체 몇개야 ? 죽기라도 하면 난어쩌라구 그래 ? "

영부인이 모나리자의 미소로 화답했다

 

 

"사람 목숨이 그렇게 쉽게 죽나요 뭐 "

입가에  싱긋 미소를 머금은 각하가  난민 아닉이 씌우준 쉐타를 집어 들고 코멘트했다

 

 

"이거 안돌려주면 안될까? 더 좋은 것으로 사주면 되잖아 "

영부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각하를 쳐다 봤다

"뭐 하시게요"

"이거 가지고 임자 자랑 좀 해야 겠어 .물증이 있어야  할거 아냐 "

대통령은  그 예의 시니컬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