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이 수입하고 싶은 1호는 박정희
욕먹는 선각자들
李 秉 華 (국제농업개발원 연구소장)
아프가니스탄의 최고 지식인층인 각급 학교 교직자 대표 27명이 ‘한국의 기적’을 배우기 위해 보름 동안 방문했습니다. 이들의 눈에는 불과 반세기만에 원조를 받던 후진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국가가 된 한국이 너무나도 신기한 모양입니다. 이들은 세계사 어디를 찾아보아도 한국의 근대사처럼 역동적인 나라는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아울러 지구촌 강소국(强小國)인 한국이 남ㆍ북한 통일만 된다면 무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들을 초청한 ‘KOICA’와 ‘한국의 기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는 두 단체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들 교사들은 ”한국의 기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왔느냐?”는 질문에 수 십 가지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새마을운동, 박정희, 현대조선, 정주영, 포철 박태준, 삼성 애니콜, 경부고속도로, 한류드라마, K-POP, 자동차 등 여러 가지 답변 중에서 새마을에 가장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하여, 제가 새마을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로 하고 이들과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27명 중에는 초청자인 한국측에서도 미쳐 파악하지 못한 위장신분자 2명이 있었는데, 경찰이나 정보요원 같았으며, 이들 두 사람은 한국의 민주화가 세계 최고이고 이것이 바로 한국의 기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데모를 저지하는 경찰을 폭행하고도, 자기가 다니는 공장 건물에 기름을 부어 불을 놓고도, 자신과 관계없는 남의 회사 투쟁에 원정데모를 해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또 노동조합의 간부라고 놀면서도 월급을 받는 이러한 노동자 천국이 지구촌에 한국 말고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으로 지금의 위상을 확보한 한국 노조간부들은 ‘알라신’보다 더 위대하다고 야유(?)와 같은 소리도 하였습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수입하고 싶은 것은 박정희와 새마을운동
합류 첫날, 저는 경부고속도로 기흥IC 인근의 고속도로 갓길에 버스를 잠깐 세워 이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설계하고 기거한 새마을주택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농장 한 가운데 초라한 슬레이트 지붕에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진 주택이 “당시 초가집 보다는 훨씬 고급주택이었고, 40년이 된 저 집 안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용하시던 응접세트와 농기구들이 진열되어 있다”는 저의 설명에 대통령의 별장이 궁전이 아니고 서민들과 똑같은 농가주택이라는 사실에 그들은 놀라워하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난공사구간에서 희생된 건설일꾼들의 추모문과 위령비가 있는 추풍령 휴게소에서 잠깐 묵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구미의 박 대통령의 생가를 둘러보고, 포항종합제철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자동차, 그리고 신라의 얼이 살아 숨쉬고 있는 천년고도 경주도 둘러보았습니다. 또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시찰 때는 새마을운동의 역사들을 제가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결론은 박정희라는 위대한 통치자가 없었다면 박태준도, 정주영도 없었을 것이고, 새마을 정신의 ‘하면 된다’라는 역동성 있는 저력도 없었을 것이며, 아울러 한국의 기적을 배워 전후복구에 기여할 임무를 띤 자신들의 방문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정치현실은, IMF사태를 몰고 온 YS(김영삼)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였던 박지원이 “그 시대에는 박정희가 없었어도 지금의 발전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저의 설명에 북한 초청 방문 경험이 있는 일행 중 한 사람은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 김일성 부자의 손아귀에서 고통 받는 북한 인민들의 가난과 인권유린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YS와 박지원에게 물어보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사회지도층의 그들은 우리와 같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을 피부로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선각자는 항상 욕을 먹지만, 역사는 선각자를 보증한다”라고 했습니다.
● 욕먹는 선각자들
포항종합제철의 박물관에는 국내외 방문객들을 위한 전문 안내원을 배치해두고 포철의 40년 발전상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이곳의 간담회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교사들은 위대한 지도자가 위대한 국가를 만든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일행에 앞서 다녀간, 전교조 가입교사 인솔 학생방문단은 도착 전에 버스 안에서 ‘독재자 박정희, 노동임금 착취자 박태준’이라는 세뇌교육 받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현장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더라는 안내원의 설명에 우리 일행을 배웅 나온 회사간부는 “사실은 전교조 교사 자신도 당황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부언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자동차 방문과정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 일행이 현대자동차를 방문하는 날 현대자동차 노조는 투쟁 중이었습니다.
조립라인에는 현대자동차 노동자와는 다른 복장을 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바깥의 시위대는 이들보다 2.3배나 급여를 더 받는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라는 안내원의 설명에 아프가니스탄 교사들은 어처구니 없어하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그래도 한국의 경제와 정치는 후퇴 없이 전진한다. 이러한 현상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고 대꾸했습니다.
한국의 기적을 낳은 포항제철, 현대미포조선, 현대자동차 등의 산업현장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독재자의 산물이고 미국 식민지의 유산이라는 말도 아닌 황당한 설명으로 어린 제자들을 좌빨에 물들도록 방치하는 현 정부와 교육당국의 정체성이 의심스러웠습니다.
● 이병화는 국제 사기꾼(?)
제 이름을 선각자 반열에 올려놓지는 못하겠지만, 선각자다운 행동을 하였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20년전 한ㆍ소 및 한ㆍ러 수교 전후 한국인은 감히 접근도 못하던 지역, 더 넓고 비옥한 우리의 옛 영토인 러시아 연해주 땅을 우리 땅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불러와 농사짓고 북한 인민들의 배고픔을 달래겠다고 했을 때, 보수진영에서는 제가 빨갱이가 되었다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진보진영은 황당하고 허황된 꿈을 꾸는 국제사기꾼 될 인간이라고 욕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정권은 타도의 대상이고, 인민은 구제대상이다.”라는 이분법 논리를 구분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벼 농사를 지어 28차례 북한 인민들에게 기차로 운반해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이 집권을 하더니 갑자기 이O재, 이O영 등 전현직 국회의원 7~8명이 저의 주선으로 계약하여 지금 농사짓고 있는 연해주 농장들을 찾아 현장사진을 찍고서는 국내에 들어와 전부 자신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성과라고 인터뷰를 하거나, 저를 ‘상업적 장사꾼’으로 또는 ‘국제 사기꾼’으로 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것에 편승하여 연해주에 진출한 진보성향 공관원들도 저를 사기꾼으로 몰고 갔으며, 동북아OO연대 등 일부 좌파쪽 NGO들은 제가 개발한 차가(chaga)버섯 관련특허들을 무단 도용하고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장담컨대 연해주에 진출한 대부분의 농업관련 조직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컨대 현재 시가 50억원 정도의 농장들을 13년 전에 단돈 10만달러에 구입하는 등,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여러 진출사례 중 현재까지 이어지는 성공사례는 자신들의 공으로, 철수한 사례는 모두 저의 부도덕한 욕심 탓으로 진보세력들은 매도하였습니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 아들은 진보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저를 사기꾼으로 욕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음을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 상대의 불편하고 불쾌한 시선을 간혹 느끼기도 할 정도라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영향들이 현지의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닌지 아버지로서 많이 괴로웠습니다.
얼마전 아들을 포함한 연구위원들과 지난 23년간 연해주 농업진출 관련 내용들을 총 정리하여 「연해주 식량기지 구축에 따른 북한 노동자들의 활용과 식량지원 사례」라는 정부용역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 하였습니다. 그동안 침묵으로 대응하였던 진보세력들의 음해들도 모두 포함 하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저와 함께 노력했던 많은 분들의 땀과 희생이 매도되어서는 안되며, 전쟁을 통하지 않은 선의적 영토확보의 선구자로서 평가 받고 기록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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