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태극기 밟고 누구는 태극 한복 못입고
<그리운 나라 박정희>육영수 여사 서독 방문시 태극 한복 권유받자
디자이너에게 "나랏일 다못한 사람이 감히 태극무늬를 입겠나" 거절
디자이너에게 "나랏일 다못한 사람이 감히 태극무늬를 입겠나" 거절
김인만 작가 (2011.06.11 11:50:28)
◇ ◇활짝 웃는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 1964년 12월 9일 서독을 방문중인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에르하르트 서독 수상과의 회담에 앞서 선물을 교환,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가기록원 |
국가ㆍ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전통문화 아이콘’
태극기의 한복판을 차지하는 ‘태극’은 민족과 국가의 상징이다. 월드컵 축구 등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는 우리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젊은이들은 얼굴에 태극무늬 페인팅을 하고 또 태극기를 흔들거나 몸에 두르고 열광한다.
대한민국 젊은이다운 모습이겠거니 하지만, 따지고 보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태극’은 오랜 세월 국가ㆍ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전통문화 아이콘’이다. 가장 눈에 익은 것으로 태극부채가 있다. 각종 장신구에 태극문양이 들어가고 전통한옥 대문에도 있다.
그런데 한복에 태극무늬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라 한다. 장구한 세월 동안 전통 한복은 조촐한 재래식 규범의 맵시만을 유지해 오다 현대감각을 살린 여러 형태의 디자인과 다채로운 모양의 패션 한복이 그때 등장한 것이다.
태극무늬와 무궁화꽃무늬를 입힌 패션 한복의 변화를 가져온 디자이너 이리자 씨(李利子ㆍ본명 이은님)는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공식방문할 때 육영수 여사에게 처음으로 태극무늬가 아로새겨진 치마저고리를 권했다.
육 여사는 거절했다. 이유는 “나랏일을 다 못한 사람이 감히 태극무늬를 옷에다 넣어 입겠는가”라는 것.
월드컵 때마다 태극기와 태극무늬가 들어간 응원용품 및 붉은 티셔츠가 날개 돋힌 듯 팔리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의 장면으로 비교될 만도 하다.
월드컵 응원에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크고 작은 태극기가 수없이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폐지하자는 시위가 일어나고, 또 그 시위 주체들은 애국가 제창과 ‘국기에 대한 경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거나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올리곤 했다.
좌파가 극성을 부렸던 노무현 정권 때가 특히 그렇게 시끌시끌했다.
요즘 한명숙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 때 덕수궁 앞 분향소에서 태극기를 밟고 서서 ‘국기 모독’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있는 모양이다. 한명숙이라는 여성 개인의 행동보다는, 태극기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노무현 추모비를 세워 누구라도 태극기를 밟고 올라서게 한 행사 주최측의 의도가 실질적인 관심의 표적이다.
왜 그랬을까. 국가정체성 부정, 그것 말고는 달리 보이는 것이 없다.
월드컵 때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응원과, 태극기를 밟고 서서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소리는 다르다. 극과 극이다.
그렇게 상반된 세월을 겪어온 정치사회의 배설물 같은 것이 ‘태극기를 밟고 선 한명숙’이다. 노무현 추도식, 악취가 진동하는 배설물이 역사의 하수구(下水溝)로 들어가고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나랏일을 다 못한 사람이 감히…”
돌이켜보면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는 아주 옛날 사람.
육 여사가 태극무늬가 아닌 다른 한복을 입고 서독에 갔을 때를 보자.
“본 방문 이틀째. 맑게 갠 라인강변의 아침 햇살을 받으며 뤼브케 대통령 관저에 도착한 박 대통령 내외는 현관에서 수많은 카메라맨의 플래시 세례를 받는 가운데, 특히 육 여사가 엷은 하늘색 치마저고리를 어울리게 입고 있어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동아일보 1964-12-09)
뒷날 육 여사가 태극무늬 한복을 입지 않은 것을 회고하는 기사를 보면 “자신의 처신을 삼갈 줄 아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라고 짤막하게 보도하고 있다. (경향신문 1986-03-12)
비중도 없는 기사, 무심한 세월 속에 묻혀 사라져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 앞에 자꾸 눈길이 멈추어지고, 발길이 딴 데로 옮겨지지 않는다.
하는 말,
“나랏일을 다 못한 사람이 감히 옷에다 태극무늬를….”
이 말 앞에 자꾸 고개가 숙여짐을 어찌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 육영수라는 여성이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녀갔다.
글/김인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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