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버지의 총명함과 어머니의 심장 물려받은 박근혜" 도널드 그레그 전 미국대사

여동활 2012. 1. 13. 10:51

아버지의 총명함과 어머니의 심장 물려받은 박근혜"

 

-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신년사에서는 미국 비난이나 핵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죽음이 향후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나는 사실 지난 2008년 김정은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는 김정일 뒤를 이을 후계자로 지명 받은 것이 분명했다. 내가 관심 있게 본 사실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녔고, 스포츠, 특히 농구를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마이클 조던의 팬이었다는 것이었다. 2009년 바이든 부통령에게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해 구경시킬 것(orientation tour)을 권했다.

 

당시 김정은은 아직 공식승계자가 된 상태는 아니었고, 미국을 구경시키면서 그도 미국을 알게 하고, 미국도 그를 알게 하자는 취지였다. 나중에 듣기로는 시작도 되지 않고 무산됐는데, 공화당의 비판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성사됐으면 좋았을 뻔했다. 왜냐하면, 그는 상당 기간 북한을 통치할 것이고, 내 경험상–난 북한을 5번 방문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그들의 으뜸 목표이다. 그러나 미국은 어처구니없게 북한과 장기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갖지 않았다."

 

  
▲ 박근혜-김정일 면담 지난 2002년 5월 13일 오후 방북중이던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평양 백화원초대소를 찾아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 김정일 사후 영국 <BBC> 방송 인터넷 판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이명박 현 대통령보다 북한에 대해 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가?

"한국 언론을 통해 여론 추이를 보고, 한국과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서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북한에 대해 긍정적 관계를 맺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근혜 얘기를 하자면, 2002년 임동원 말에 의하면, 정상회담 직후 김정일이 그에게 인터넷을 통해 청와대 홈페이지를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다. 그 중 역대 대통령 약력을 다 읽어봤는데 가장 감명 깊은 대통령은 박정희였다고 했다. 김정일은 임동원에게 박정희 딸이 국회의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녀가 평양을 방문하여 나와 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물어봤다고 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평양에 가지 않았나.

 

2002년 월드컵 개막식장에서 박근혜를 만났다. 사실 나는 그가 소녀일 때 CIA 한국책임자로 처음 만났다. 그의 어머니가 암살당했던 그 비극적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 개막식장에서 나는 박근혜에게 북한을 기꺼이 간 것에 대해 경하한다고 말했다. 그때 그가 나에게 한 말을 절대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봐야지 쓰라림을 안고 과거를 봐서는 안 된다(we must look to the future with hope, not to the past with bitterness)'고 말했다."

 

- 박근혜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 같은데.

"2004년경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 초청해서 그의 연설을 들었다. 감동적이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도 연설했다. 그것도 감동적이었다. 사람들이 그가 박정희의 딸이어서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현 위상이 궁금하다. 그녀가 보수쪽 대선후보가 될 것 같나? 그녀의 장래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나?" 

 

- 지난해 '안철수 바람'이 불기 전까지 박근혜의 대세론이 계속 이어져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박근혜의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다. 아버지가 한 일은 자식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친다. 내가 처음으로 북한에 갔을 때, 김계관(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첫 질문이 '어찌하여 아들 부시는 아버지 부시와 그렇게도 다른가'였다(웃음).

 

유교사회에서는 자식이 아버지와 닮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에게는 어려운 문제다. 반면에,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아버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난 박근혜가 아버지의 총명함과 어머니의 심장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리더십 출범하는 금년이 전환기"

 

 

  
도널드 그레그(84) 전 주한 미국대사
ⓒ 최경준
도널드 그레그

- 김대중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면서도 박정희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 조금은 이상하게 들린다.

"한국에는 3명의 중요한 대통령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이다. 세 명 다 훌륭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상관치 않겠다. 난 이 세 명의 대통령이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정희가 베트남에서 미국을 도운 이후 느낀 (미국에 대한) 배신감도 이해할 수 있다. 박정희는 한국을 새롭게 건설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한 놀라운 지도자다. 얼마 전 타개한 포스코의 박태준이나 나와 친했던 현대의 정주영이나. 그런데 지나치게 장기 집권했다. 마지막 임기에 나서지 않았다면, 아직도 살아서 위대한 한국인으로 추앙받고 있을 것이다."

 

- 박정희가 사람을 잘 써서 위대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후락이나 차지철 같은 사람은 뭔가?

"아버지 부시 쪽 사람들이라고 다 좋은 사람인가? 항상 다수가 섞여 있는 것이다. 아들 부시의 경우, 국방장관 콜린 파월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부통령 딕 체니는 재앙이었다. 그런 식으로 섞여 있는 것이다. 박정희가 부인과 사별한 후 그와 골프를 친 적이 있다. 그는 매우 고독해 보였다. 그의 부인은 좋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