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의 ‘메카’를 찾아오는 외국인들. 새마을 연수를 받으러 온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주(州) 공무원, 지방의회의원, 마을지도자 등
16명이 2008년 6월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청도군 신도마을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한 모습. ⓒ 청도군청
“새마을운동이 좋은 성과를 냈던 것은 민간단체와의 협력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도 농촌을 개발하려면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위치안 인타시 태국 타마삿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
“박정희 대통령은 대기업을 키우면서 업적에 따라 평가했고, 회사에 자기 인척을
앉히지는 않았다.
이것이 여느 독재와 다른 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버나드 빌레가스 필리핀 아시아퍼시픽대 교수)
지난달 27,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 발전 전략의 교훈과 도전’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적 발전 모델에 관심이 모아진 이 대회에서 ‘박정희’와 ‘새마을’은 살아 있는
정치ㆍ경제적 화두였다.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으면서 중산층이 성장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
인구 2억4000만 명의 내수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동시에 빈부격차, 도농(都農)격차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라 그 해결책으로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집권적이었던 한국의 1970년대와 달리 분권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어 한국적 모델의 적용이 가능한지 고심하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다민족국가인 만큼 관료들조차도 자신이 속한 민족을 대표해서 일하는 경향이
강해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은 집행이 더딘 편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이같은 고민에 대해 국가 역량을
집중하려면 한국의 ‘박정희’ 같은 지배적인 힘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은 정부 관료 등과 만날 때면
박정희와 새마을운동 얘기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며 한국 발전 모델에 대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 만난 인도네시아대의 노바리따 사리 씨(22)도
“식민지에서 벗어난 한국이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과학과 기술 수준을 높였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 교수진이 주도하는 인도네시아 정부 개혁 컨설팅
프로그램으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국적 발전’의 소중함을 한국에서는 잘 체감하지 못한다.
어느 나라라도 열심히만 하면 한국처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것 아니냐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도 발전이 더딘 인도네시아의 모습을 보며 한국의 발전은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절감했다. ―자카르타에서 허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