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대중 “새마을운동은 속임수” 극언

여동활 2010. 8. 8. 19:43

김대중 “새마을운동은 속임수” 극언
자서전서 “초가지붕 바꾼 것뿐, 잘살게 됐다는 선전은 속임수”
2010-08-07 김인만 작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된 그의 자서전에서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이 잘살게 됐다는 선전은 속임수”라고 언급,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김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된 ‘김대중 자서전’(전2권)은 본인이 직접 구술한 내용을 중심으로 엮는 기록이라 생전 육성을 거의 그대로 재생한 것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정책을 “대기업 육성과 도시 개발만을 추구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되고, 모든 것이 도시로 몰렸다”고 비판하면서 농촌에 대하여는 새마을운동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농촌에는 새마을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아침마다 마을에는 새마을노래가 울려퍼졌다”고 당시의 ‘새마을 열풍’을 회고한 그는 “그러나 정작 농촌은 골병이 들고 있었다.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꾼 것 외에 농촌은 변한 것이 없었다”면서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이 잘살게 되었다는 선전은 속임수에 불과했다”고 언급한 것. (자서전 1권 384쪽)

그런가 하면 그는 대통령 재임기간에 새마을운동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어 진의를 궁금케 하고 있다.


▲(좌)1998년 12월 8일 김대중 대통령의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 소식을 전하는 TV 뉴스 화면. ⓒ MBC-TV (우)그날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김 대통령이 유공 새마을지도자들을 표창한 뒤 격려하고 있다. 그해 조선일보사와 한국갤럽이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새마을운동은 역사상 우리 국민이 성취한 가장 큰 업적으로 꼽혔으며, 서울올림픽 개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그 뒤를 이었다. ⓒ e영상역사관

그는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12월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치사를 통해 “지난날 우리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열한번째의 경제를 건설했다”면서 “여기에는 ‘근면ㆍ자조ㆍ협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마을지도자들의 열정과 헌신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듬해 11월 30일부터 12월 16일까지 17개 시도별로 개최된 새마을지도자대회에 보낸 대통령 축하 메시지를 통해 새마을운동이 “지난 30년 동안 이 땅의 가난을 몰아내는데 구심적 역할을 다해 왔다”며 거듭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에 관한 한, 박정희 시대를 조롱하듯 맹공을 퍼부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바깥에 나가보니 정말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우리 새마을운동을 부러워하고 칭찬하더라”(2003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치사)고 털어놓을 만큼 집권세력의 정치 노선이나 과거 정권과의 정치 감정을 떠나 새마을운동의 성과와 보람을 긍정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김대중ㆍ노무현 두 대통령 집권 기간 10년에 새마을운동이 바람직하게 전개됐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전국 관공서에서 새마을 깃발이 내려지고 각 시도의 새마을 담당부서가 경상북도를 제외하고 모조리 사라졌다. 

그렇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결구도를 완강하게 고수한 김대중ㆍ노무현 두 대통령이 찬밥 신세로 전락한 새마을운동에 대해 왜 그리 공치사를 했던가. 국민이 전폭적으로 호응하는 전국 최대의 조직인 새마을운동이야말로 정권의 안정과 국정 운영의 가치로써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후 새마을운동에 ‘뒤통수’를 치는 것도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그의 과거 언행이 잦은 반전(反轉)으로 이중성ㆍ다중성을 드러내기가 일쑤였던 사례로 보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20세기가 낳은 비범한 정치가’ ‘평화와 화해의 실천가’라는 문구로 장식된 ‘김대중 자서전’ 표지를 열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증오와 비판이 막바로 쏟아지는 가운데, 박정희 시대를 전면 부정하는 완고한 기조 속에 새마을운동을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쑤셔넣고 몽둥이 찜질을 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그는 생전에 자서전 머리말을 직접 써서 남길 정도로 자서전 기록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서전 머리말에서 그는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자서전만은 진솔하게 기록하고 싶다”고 출간에 임하는 심정을 피력하고 있어 새마을운동을 “속임수였다”고 악평으로 결론지은 것은 그의 진짜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낸 바로 그것이었다.     
 
김대중이라는 분의 개인 생각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겠으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당할 젊은 세대에게, 그리고 그동안 한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워간 숱한 외국인들과 지금도 새마을연수원과 경상북도 곳곳에서 새마을연수를 받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아무래도 전직 대통령의 “속임수”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은 대목만은 가히 메가톤급 충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좋아하는 사람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