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파업, 그 이후
여동활
2012. 2. 21. 09:25
이것이 강성노조가 박살낸 산업현장의 현실이다 ,,
누가 누구에게 욕하고 돌맹이를 던지겠는가?
이렇게 만든 정치인들 좌파 추종자들은 또다시
자기들만을위한 잔치상 받을곳을 찾고있을것이다
그러나 그 잔치상현장은 바로 민초들의 무덤이요 ,
그 산업현장은 또다시 초토화될것이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파업, 그 이후
[현장르포]
기사입력2012-02-20 17:48기사수정 2012-02-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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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강추위가 몰아치던 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부는 겨울 바닷바람은 더 매서웠다. 부산 도심에 있는 25만여㎡의 '작은' 조선소는 외딴섬처럼 느껴질 정도로 적막했다.
배가 있어야 할 독(dock) 3개는 텅 비어 있었다. 가장 큰 3독엔 작업자 6∼7명 정도가 바닥을 손질하고 설비를 보수하고 있었다. '삐-삐-' 사이렌을 울리며 바쁘게 움직여야 할 대형 크레인도 멈춰 서 녹슬고 있다.
지난해 11월 9일, 1년여의 파업을 끝내고 노사가 합의(정리해고자 94명 1년 내 재취업, 22개월치 위로금 지급 등)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희망버스'도 떠났고 파업투쟁을 지원했던 정치인들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파업이 남긴 상처는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 됐다. 최악의 조선경기 앞에서 불어닥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현실은 이렇게 냉혹했다.
■일감 없어 절반은 쉬어
영도조선소 생산직 근로자 703명(정규직) 중 432명이 유급휴직 중이다. 잔업수당이 없다 보니 월급은 반토막 났다. 6개월씩 돌아가며 쉬는데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나머지 근로자(271명)는 일부 특수선 건조와 시설보수 등으로 소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선박 용접 불꽃, 블록을 나르는 크레인들, 교대근무를 위해 작업장을 찾는 근로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휑한 바닷바람과 녹슬고 페인트가 벗겨진 설비들뿐이다. '먹튀경영 중단 정리해고 철회'라고 써놓은 시위물들은 생활관(작업자들의 목욕·휴게 공간) 구석에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해안 작업장에는 유조선 한 척이 정박, 수리 중이었다. 작업장을 놀리기보다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출근한 작업자의 10% 정도가 해양경찰, 해군용 소형 경비정을 건조 중이다. 실제 영도조선소는 지난 2008년 9월 이후 수주건수가 한 건도 없다.
"우리가 배를 만들면 그게 국내 최초였지요. 그만큼 우리나라 조선산업 역사와 같이한 게 이곳 영도조선소인데, 이제는 이렇게 만들 배가 없으니 할 말이 있겠어요. 파업을 하면서 유럽에서 따온 4척의 컨테이너선 건조 의향서(LOI)도 날아가버렸죠."
기자와 동행한 영도조선소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1년여간 파업에 따른 기약 없는 휴업의 현실에 체념한 듯 오히려 담담해 보이기까지 했다. 기자가 찾기 전날인 16일,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며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고공시위를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이 선고(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를 받은 날이었다.
"1년간의 파업으로 우리는 잃은 게 많지요. 파업에 그렇게 관심을 갖고 매일같이 찾아오던 정치인은 파업이 끝나자 한 번도 찾아오질 않는군요. 이곳을 책임질 사람은 정치인도, 노동운동가도 아닌 바로 한진중공업 식구들입니다."
노조도 둘로 갈라졌다. 지난 1월 11일 새로운 제2 노조가 설립돼 74%(523명)의 조합원이 기존 노조(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서 이탈했다. 회사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에 기존 노조가 강경책을 꺾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이 외면한 것이다. 기존 노조는 새로 만들어진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제2 노조)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래도 희망 찾기 안간힘
절망 끝에 희망은 있다. 한진중공업은 범용기술의 저가선은 중국에 빼앗기고 조선업황마저 최악인 상황에서도 영도조선소 생존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금 수주계약을 한다 해도 배를 실제 건조하기까지 10개월 넘게 걸리지만 한 건의 수주를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뛰고 있다. '75년의 역사'가 그들의 힘이기 때문이다. 지난 1937년 국내 최초 조선소(옛 조선중공업)로 설립된 한진중공업은 만들었다 하면 '국내 최초' 타이틀을 가질 정도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내 최초 국적 쇄빙선인 아라온호(2009년), 국내 최초 석유시추선(1977년), 아시아 최초 액화천연가스(LNG)선(1995년), 독도함 등 국내 최다 군함정 등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역작들이다.
물론 선박들이 갈수록 대형화되면서 독의 크기(최대 길이 300m 폭 50m)와 부지가 작은 영도조선소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이 만들기 어려운 특수선박에 주목한다. 다목적심해특수선박(DSV), 극지탐사용 쇄빙선 등 높은 건조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들이다.
축구장 넓이의 10배가 넘는 세계 최대의 독을 보유한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탱커, 벌크선 등을 건조하고 영도조선소에선 중소형 특수선박 위주로 건조하는 이원화전략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정철상 상무는 "한진중공업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파업 사태 이후에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현재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노동계, 정치권 등에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처가 깊어도 새살은 돋는다. 부산 '영도의 봄'이 언제쯤 찾아올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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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자랑하던 한국 조선社 어쩌다가…
멈춘 크레인 텅빈 도크… 상처뿐인 조선
1번지2008년 이후 수주 전무
생산직 703명 중 480명 유급휴직 월급, 반토막에 생활고
노조는 둘로 쪼개져 갈등, 정리해고자 복귀도 난항
수빅, 초대형 컨테이너선 영도, 중소형 특수선으로, 이원화 전략에 사활
1번지2008년 이후 수주 전무
생산직 703명 중 480명 유급휴직 월급, 반토막에 생활고
노조는 둘로 쪼개져 갈등, 정리해고자 복귀도 난항
수빅, 초대형 컨테이너선 영도, 중소형 특수선으로, 이원화 전략에 사활
바쁘게 움직여야 할 대형 크레인은 녹슨 채 멈춰 있다. 배가 있어야 할 도크(야외 작업장) 3개는 텅 비었다. 조선소 치곤 작은 규모(25만여㎡)임에도 황량함 마저 든다. '대한민국 조선1번지'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현재 모습이다.
사측의 정리해고, 이에 맞선 노조의 총파업, 그리고 지상 86㎙ 높이의 크레인에서 무려 309일 동안이나 계속된 김진숙씨(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농성.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한진중공업 사태는 '희망버스'를 통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면서 마침내 작년 11월10일 극적 노사합의에 도달했다.
그 후 4개월. 하지만 영도조선소에 달라진 것은 없다. 개점휴업 상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2008년9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 유럽에서 4,700톤급 컨테이너선 4척의 건조의향서(LOI)를 받았지만, 파업으로 인해 2억5,000만 달러짜리 본 계약 체결에는 실패했다. 회사 관계자는 "선주 입장에선 제때 선박을 인도받는 게 가장 중요한데 파업으로 납기가 불투명한 조선소에 발주할 선주는 없을 것"이라며 "모든 것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감이 없다 보니 영도조선소 생산직 근로자 703명(정규직) 중 480명이 지금 유급휴직 중이다. 나머지 근로자 223명도 일부 특수선 건조와 시설 보수 등으로 소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양경찰과 해군용 경비정 등 방산물량은 일부 돌아가고 있지만 워낙 규모가 적어, 출근한 작업자의 10% 정도만 투입될 정도다.
근로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유급휴직자중 상당수는 잔업수당을 받지 못해 월급이 반토막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나마 지금 같아선 언제 복귀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자들의 복귀도 난항이 예상된다. 작년 11월 노사합의에 따르면 정리해고자 94명이 1년 내 재취업하기로 되어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복귀해도 일이 없어 그냥 쉬어야 할 판이다.
그 사이 노조도 둘로 갈라졌다. 지난 1월11일 제2노조(한진중공업 노조)가 설립돼 74%(523명)의 조합원이 기존 노조(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서 이탈했다. 기존 노조의 강경 투쟁 노선에 조합원들이 외면한 결과다. 기존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한 새 노조가 사측과 교섭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소수 노조도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노노 갈등 가능성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회사측이 정말로 영도조선소를 살릴 의지가 과연 있는가"라는 의심을 놓지 않지만, 회사측은 "영도조선소를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입장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조남호 회장이 텅 빈 도크에서 그룹 사장단 및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조속한 회사 정상화를 이루어 내 반드시 대한민국 조선1번지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측은 ▦축구장 넓이의 10배가 넘는 세계 최대의 도크를 보유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탱커, 벌크선 등을 건조하고 ▦영도조선소에선 중소형 특수선박 위주로 건조하는 쪽으로 이원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세계 조선시장의 가장 큰 손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의 선주들이 재정위기 영향으로 발주를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대형 조선소들은 꾸준히 수주를 받는데도 유독 한진중공업엔 주문이 끊긴 건 '장기 파업'의 딱지가 붙어 있어 신규 선박 수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수주를 받아도 10개월 뒤에 작업이 들어가는 만큼 올해 조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작년보다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긴 갈등과 진통 끝에 찾아온 평화. 하지만 평화 보다 더 중요한 정상화는 오지 않았다는 것, 승자 없이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는 게 사측이든 노측이든 공통된 생각이다. 한 근로자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는 이 답답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측의 정리해고, 이에 맞선 노조의 총파업, 그리고 지상 86㎙ 높이의 크레인에서 무려 309일 동안이나 계속된 김진숙씨(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농성.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한진중공업 사태는 '희망버스'를 통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면서 마침내 작년 11월10일 극적 노사합의에 도달했다.
그 후 4개월. 하지만 영도조선소에 달라진 것은 없다. 개점휴업 상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2008년9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 유럽에서 4,700톤급 컨테이너선 4척의 건조의향서(LOI)를 받았지만, 파업으로 인해 2억5,000만 달러짜리 본 계약 체결에는 실패했다. 회사 관계자는 "선주 입장에선 제때 선박을 인도받는 게 가장 중요한데 파업으로 납기가 불투명한 조선소에 발주할 선주는 없을 것"이라며 "모든 것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감이 없다 보니 영도조선소 생산직 근로자 703명(정규직) 중 480명이 지금 유급휴직 중이다. 나머지 근로자 223명도 일부 특수선 건조와 시설 보수 등으로 소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양경찰과 해군용 경비정 등 방산물량은 일부 돌아가고 있지만 워낙 규모가 적어, 출근한 작업자의 10% 정도만 투입될 정도다.
근로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유급휴직자중 상당수는 잔업수당을 받지 못해 월급이 반토막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나마 지금 같아선 언제 복귀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자들의 복귀도 난항이 예상된다. 작년 11월 노사합의에 따르면 정리해고자 94명이 1년 내 재취업하기로 되어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복귀해도 일이 없어 그냥 쉬어야 할 판이다.
그 사이 노조도 둘로 갈라졌다. 지난 1월11일 제2노조(한진중공업 노조)가 설립돼 74%(523명)의 조합원이 기존 노조(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서 이탈했다. 기존 노조의 강경 투쟁 노선에 조합원들이 외면한 결과다. 기존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한 새 노조가 사측과 교섭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소수 노조도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노노 갈등 가능성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회사측이 정말로 영도조선소를 살릴 의지가 과연 있는가"라는 의심을 놓지 않지만, 회사측은 "영도조선소를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입장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조남호 회장이 텅 빈 도크에서 그룹 사장단 및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조속한 회사 정상화를 이루어 내 반드시 대한민국 조선1번지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측은 ▦축구장 넓이의 10배가 넘는 세계 최대의 도크를 보유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탱커, 벌크선 등을 건조하고 ▦영도조선소에선 중소형 특수선박 위주로 건조하는 쪽으로 이원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세계 조선시장의 가장 큰 손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의 선주들이 재정위기 영향으로 발주를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대형 조선소들은 꾸준히 수주를 받는데도 유독 한진중공업엔 주문이 끊긴 건 '장기 파업'의 딱지가 붙어 있어 신규 선박 수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수주를 받아도 10개월 뒤에 작업이 들어가는 만큼 올해 조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작년보다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긴 갈등과 진통 끝에 찾아온 평화. 하지만 평화 보다 더 중요한 정상화는 오지 않았다는 것, 승자 없이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는 게 사측이든 노측이든 공통된 생각이다. 한 근로자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는 이 답답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