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학기술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 사업이 오는 23일 공식 출범, 100억원 모금 운동에 들어간다.
4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KIST 퇴직 동문들은 교육과학기술로부터 ‘KIST 연우회’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음에 따라 오는 23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KIST 본원에서 연우회 사무실 현판식을 갖는다.
특히 KIST 출신 동문들은 현판식 당일 홈커밍데이 행사를 진행하며 총회를 열어 ‘KIST 설립자 박정희 과학기술 기념관’ 건립 사업단을 공식 발족한다.
‘과학대통령’으로서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사업이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ST 연우회는 KIST 안에 2천100㎡(650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해 330㎡(100평)에는 단층으로 기념관을 짓고, 나머지 공간에는 KIST를 방문한 국제 석학들이 머물 수 있는 4층 규모의 국제 게스트 하우스를 지을 계획이다.
기념관은 게스트하우스 부속건물의 성격으로, 게스트하우스 출입문을 이용하더라도 기념관 내부 출입이 자유롭도록 설계된다. 또 기념관에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상, 과학기술 발전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사진 등이 전시된다.
KIST 원장 출신의 박원훈(69) 연우회장은 “우리 동문회가 'KIST 출신의 연구하는 친구들'이란 뜻을 갖는 법인체 ‘KIST 연우회’로 공식 발족한 만큼 4천여명의 회원들이 힘을 합쳐 공식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념관 건립은 단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한 국가지도자의 정확한 인식이 얼마나 국가 발전에 기여했는지, 이공계를 기피하는 세태에서 살아 있는 교육 현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최근 교과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세계수준연구소(WCI) 사업과 연계할 것”이라며 “WCI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해외석학들의 연구원 체류가 늘어나고 국제 게스트 하우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념관 건립이 자연스럽게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KIST 연우회는 게스트하우스를 겸할 기념관 건립 예산이 약 1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주요 기업, 독지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좌)인천세계도시축전에 전시된 KIST의 로봇 소품. 2009년 8월 30일. ⓒ 좋아하는 사람들 (우)홍릉의 KIST 본관 전경. ⓒ KIST 홈피
1966년 설립된 KIST는 낙후된 한국의 과학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한 철강 제조 핵심기술을 개발해 포스코(옛 포항제철)에 이전하는 등 산업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게 연우회 측 설명이다.
KIST는 국내 이공계 연구소의 ‘맏형’ 격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계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등이 KIST에서 독립해 나갔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오는 26일 박 전 대통령의 서거 30년인 만큼 KIST 설립, 과학기술처 신설, 해외석학유치, 대덕연구단지 건설입안 등 박 전 대통령이 쌓아 올린 과학기술 업적을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발간된 'KIST 40년사'는 1965년 5월 박 전 대통령의 미국 공식 방문이 KIST 설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분명하게 기술하고 있다.
당시 미국의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정상회담 파트너로 공식 초청한 이유는 베트남 파병에 대한 보답의 성격이 강하였다. 당시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공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종합연구기관의 설립 공동 지원을 공식화한다.
이후 존슨 대통령의 과학기술담당 특별고문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의 방한 등을 거쳐 1966년 2월 박 전 대통령은 KIST 설립 정관에 서명했다.
같은 해 2월 3일에는 KIST 초대 소장으로 최형섭 박사를 임명한 데 이어 2월4일에는 한국의 경제기획원과 미국의 국제개발처는 연구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한·미 공동지원사업계획 협정서'에 조인했다.
마침내 2월 10일 법원에 등기함으로써 재단법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가 탄생했다. ◎